
마치 가속도가 붙듯이 점점 빨라져만 가는 시간은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 또한 빠르게 만든다.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20MB 하드디스크는 평생을 써도 다 채우지 못할 크기처럼 느껴졌고 2400Kbps 모뎀은 쓸데없이 빠른 비싼 장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절이 까마득한 옛 일이 되고 말았다.
이처럼 과거에 비해 빨라진 변화의 속도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현재의 상황에 적응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아이디어와 신속한 대응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벤처기업에 종사하는 처지라면 주변 여건이 마치 롤러코스터에서 보는 것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 같이 느껴진다는 말에 공감을 할 것이다.
모든 기업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변화하는 주변 여건에 끊임없이 반응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기업의 구성원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속성과 효율성을 좇아서 이견(異見)을 무시하고 주어진 업무와 결정된 바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설득해 동의를 구하고 이견을 청취, 반영하는 과정을 따를 것인가와 같은 고민거리가 그것이다.
기업마다 문화가 다르고 함께 일하는 사람의 특성 또한 제각각일테니 딱히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하긴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나는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의 짤막한 대화가 아니라 ‘왜, 어떻게’의 토론을 즐기는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싶다.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을 듣는 것, 토론의 과정으로 상대방을 더 이해하고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것의 즐거움과 중요성도 결코 작지 않으니 말이다.
모름지기 진정한 여행가는 일정(日程)보다는 여정(旅程)을 즐기듯 인생이라는 여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직장 내에서 구성원이 성과와 함께 그 과정을 즐기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한 치열함에서 벗어나 생각을 공유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고 스스로 더욱 커 나갈 수 있으며 수동적인 삶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문의선 <피어링포탈 이사>
moon@peeringport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