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현대사를 아우른 ‘국가기록물’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은 무엇일까. 빛바랜 종이다발이 차곡차곡 쌓인 창고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기록물은 이제 디지털콘텐츠로 전환돼 ‘국가기록포털’이라는 곳에 저장되고 PC화면을 통해 이 오래된 자료를 직접 볼 수가 있다.
“기록관리라고 하면 종이에 기록하고 이를 보존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제는 전자기록과 디지털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기록관리의 현 주소와 미래의 기록관리 기술을 한눈에 조망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조윤명 국가기록원장(53)이 내달 1일 개최하는 ‘기록엑스포 2007’을 앞두고 꺼낸 첫마디다. 국내 최초로 열리는 이 행사를 준비하는 조 원장의 시각은 남다르다.
“과거 종이나 수작업을 통해 기록할 때는 기술이나 장비가 크게 필요없었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마치 청진기 하나만 가지고 진찰을 했던 의사가 지금은 자기공명장치(MRI)와 컴퓨터와 같은 장비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기록물 전시는 기본이고 기록보존 장비와 기록문화 체험행사를 통해 기록의 전자화와 이에 기반한 ‘기록서비스’를 소개하고 싶은 게 그의 생각이다.
“이제 정부 부처와 주요 공공기관의 전자문서 생산율이 97%에 이르는 등 종이문서가 전자문서로 급격히 바뀌고 있습니다. 기록물의 단순 보존·관리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이 어떤 정보가 필요한 것인지를 파악하고 수요에 맞는 기록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필요할 때입니다.”
이미 국가기록원이 지난 4월 18일 오픈한 국가기록포털을 방문해 자료를 열람한 이용자수는 지금까지 120만명을 넘어섰다. 기록물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서비스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기록물의 전자화에는 고도의 기술력을 동반한다. 전자기록물은 컴퓨터에 의해 유지되는 특성으로 인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전자파일 등이 종합적으로 결합, 운영되고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기록물의 내용을 읽고 찾을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자정부에서 생산되는 전자기록은 물론 앞으로 개인에 대한 기록까지 시스템으로 관리, 후대에 기록유산으로 물려주고자 합니다. 또 모든 공공기록이 기록관리 국제표준을 준수토록 하는 한편 우리가 개발하는 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작업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특히 문서기록 관련 시스템은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앞서 개발, 적용한 사례의 해외 수출도 가능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국내 기록보존기술을 스리랑카와 몽골에 전수하기 위해 그는 최근 현장까지 다녀온 터다.
“기록은 어느 사회에나 기록이 뒤처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는 기록이 사회를 앞서고 이를 토대로 컨설팅이 가능한 시대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