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대형 할인매장. 특히 계산대마다 여러 명이 줄지어 서 있다. 10여개나 되는 계산대도 모자랄 정도다. 사람들은 거의 자신의 줄만 길다고 느낀다. 옆 줄이 줄어드는 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조사 결과를 보면 어느 줄이나 기다리는 시간은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되레 긴 줄에 선 게 유리하기도 하다. 대부분 사람이 가장 짧은 줄에 서려고 하지만 행동에 옮기는 순간 모든 평균 계산대의 대기시간은 같아진다. 긴 줄이라도 몇초 먼저 서 있는 사람이 더 빨리 계산할 확률은 덩달아 높아진다.
대기행렬은 서비스 공급이 적은 대신 수요가 많을 때 생긴다. 공급(계산대)은 열개인데, 수요(대기인 수)는 40명일 때 계산대마다 평균 세 명씩은 기다려야 하는 이치다. 멍하니 서 있는 것만큼 낭비는 없을 것이다. 이 낭비를 줄여 소비자 불만을 줄이면서 동시에 계산대 투입 인력을 최소화하려는 매장 관리자에게 필요한 이론이 바로 대기행렬이론(待機行列理論 또는 Queueing Theory )이다.
이 이론은 효용성이 커 경제학은 물론이고 기업 경영과 정부 정책에도 폭넓게 쓰인다. 이를테면 공장 조립라인에 적용하면 대기시간을 최소화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교통량 분산 정책에도 응용된다. 경제학자나 경영학자가 만들었을 것 같은 이 이론은 그러나 통신 분야에서 나왔다.
1909년 코펜하겐에 있는 A K 얼랑이라는 사람이 전화기의 통화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한 결과가 바로 이 이론이다. 그는 한정된 전화선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통화 대기자를 줄이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대기행렬 모델을 만들었다.
통신분야에서 이 이론의 쓰임새는 10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다. 통신 네트워크를 설계할 때 가장 투자를 적게 하면서도 성과를 가장 많이 내려면 대기행렬 모델부터 만들어야 한다.
최근 잇따른 3세대(G) 이동통신 불통에 소비자 불만이 폭발했다. 십여분도 아니고 몇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불만이 터져나오는 게 당연하다. 통신 불통은 대부분 트래픽이 과도할 때 나온다. 애초 3G 통신망을 설계할 때부터 대기행렬 모델을 잘못 만들었는지 살펴보자.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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