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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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때이다. 당시 평양 거리에는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라는 붉은 색 구호가 중요한 빌딩은 물론 외국인이 출입하는 호텔에도 걸려있었다. 정상회담 이후 어쩌면 우리의 대북 정책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간 남북협력의 중심을 이루었던 우리의 대북 무상지원정책으로 북은 식량주권을 잃어가고 있고 우리는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기아에 허덕이던 북측은 우리의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새로운 협상 구도에 적응되고 있으며 정부의 대북 정책은 어느 정도 뜻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아직 북한의 먹는 문제에 대한 어려움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지속된 ‘고난의 행군’은 조금씩 해결의 기미가 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아산이 중심이 되어 시작된 여러 번 끊어질 듯 이어진 남북경협도 이제는 상호 협력하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 충분하지 않지만 핵실험 이후 중단되었던 이산가족의 만남이 재개돼 오래지 않아 정례화될 수 있는 가능성도 조금씩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특히 미국 부시 정부의 북에 대한 새로운 정책적 접근으로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6자 회담은 남북 간의 새로운 길을 열어나갈 수 있는 명분이 되고 있다. 2차 남북정상회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지만 어떤 시기와 정치적 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북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때와 장소에 구애 없이 끊임없이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정부주도로 추진해온 유일한 성공적 남북경협 모델인 개성공단 사업이 제2도약을 맞는 것을 계기로 이제는 평양과 남포, 신의주, 해주 같은 새로운 산업단지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북한의 기능인력과 기술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일도 하루빨리 추진해야 할 과제다. 내년 개교를 앞두고 있는 평양과학기술대학에는 정규과정뿐만이 아닌 비정규과정의 산업인력 양성 기관이 속히 설립돼야 하며 더 나아가 평양의 여러 교육기관과 협력해 우리 기업이 필요한 충분한 인력을 양성하지 않는다면 남북경협의 미래는 커다란 암초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이제부터 정부는 정부주도의 대형프로젝트만 추진할 것이 아니라 민간 주도의 작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현재 북측과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성공가능성이 가장 큰 사업은 IT관련 사업이다. 특히 소프트웨어개발 사업은 많은 기반시설의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북은 매년 수천명의 과학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같은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있는데 우리가 모자라는 전문인력을 북에서 원활히 수급 받으면 우리의 국제경쟁력 향상은 물론 기술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에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다. 남북경협의 또 다른 중요한 과제는 동부의 금강산과 중부의 개성공단에 이어 한반도 평화 산업안전지대(벨트)를 완성하기 위해 남북 접경지역인 한강, 임진강 하구 양안 공동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금강산·개성·평양·묘향산·칠보산·백두산 등을 잇는 평화관광 실크로드가 열리면 우리의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남북 사업은 적극적인 투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어려운 국제 정치 상황에도 북에 대한 지속적인 무상지원으로 조금씩 신뢰를 쌓아온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투자창구를 만들고 적극적인 대북투자를 해나간다면 멈추지 않는 통일엔진이 만들어지고 또 남북평화벨트도 오래지 않아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임완근 남북경제협력진흥원장 ikea2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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