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유연한 독서문화

 뛰어난 기술력과 독창적인 제품으로 틈새시장의 공략에 성공한 벤처기업은 우리나라 첨단산업의 전반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는 IT분야의 거품이 가라앉고 IMF 등의 경기침체에 따라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벤처라는 간판 아래 우후죽순격으로 기업이 생기던 시대는 지나고 옥석가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렇듯 벤처기업의 성장이 주춤한 가장 큰 이유는 초기의 독창적인 창업 아이템을 이을 만한 신규제품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뛰어난 제품으로 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급변하는 시장에 발맞춰 후속제품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많은 중소기업이 이러한 창의력 고갈에 따른 성장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재경영을 화두로 각종 교육을 이용해 창의력 부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에이치시티 역시 독서경영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핵심인력의 대부분이 엔지니어로 구성돼 있음에도 경영의 트렌드와 같은 일반적인 경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시행 초기에는 기술기반의 벤처기업이 교양에 너무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노파심도 있었다. 그러나 ‘아는 만큼 열정이 생긴다’는 모토 아래 중간 관리자급을 대상으로 독서 통신교육을 실시하였다.

 최근에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독서 통신교육 등으로 환경오염을 향한 세계적인 관심을 감지한 연구소 개발인력이 올해 기존 클린룸 내부의 미세먼지 측정기를 바탕으로 외부의 대기를 측정할 수있는 광대역 파티클 카운터의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새로운 장비는 기존 장비보다 더욱 미세한 먼지를 계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환경에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지하철 역사나 산업현장 등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 자사의 성장에 큰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이는 교육을 통해 뛰어난 기술력에 사회적 트렌드를 잡아내는 안목을 더해준 결과일 뿐만 아니라 시행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기술과 동떨어진 교육을 진행했으나 결국 회사의 성장에 보탬이 됐다는 사실에 더욱 의미가 있다.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춤거렸던 벤처기업의 연구자에게 필요한 것은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계기였던 것이다. 아무쪼록 이러한 분야를 넘나드는 유연한 교육으로 힘들어하는 벤처기업이 신성장의 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성재 에이치시티 경영기획실 대리 arkhe-kr@h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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