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산업발전에서 중요한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이른바 ‘+0.5차화’다. 즉 1차산업은 1.5차산업으로, 2차산업은 2.5차산업으로, 3차산업은 3.5차산업으로 발전해 간다는 것인데 이는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에 감성이나 문화적 요소가 가미돼 소비자로 하여금 더 즐겁게 그리고 감동을 느끼면서 소비를 즐기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감성 상품화를 추진하고 심지어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도 감성적 요소를 발견하고 반영하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감성을 향한 기업의 노력은 주로 디자인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명품 브랜드를 내세운 휴대폰·TV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고급스럽게 들리는 이름을 붙인 디지털TV 등을 광고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과연 이 정도를 가지고 +0.5차화라고 할 수 있을까? 감성이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요소고 문화 취향도 사람마다 다르다. 비록 디자인에는 감성적인 요소가 있고 문화적인 요소도 있지만 개인별 차이를 반영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소비자 취향에 따라 개인별로 디자인을 하지 않는 한 디자인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가는 일방향의 메시지일 뿐이다.
요즘 MP3플레이어(MP3P)에는 수백~수천 곡의 음악을 저장할 수 있다. 만약 MP3P가 주인의 기분을 감지하고 그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준비해 준다면 주인은 자신의 MP3P에 감동할 것이다. 만약 자동차가 운전자의 감정 상태를 파악해 흥분 상태일 때 난폭운전을 방지할 수 있게 속도를 조절해 준다면 이런 자동차의 보험료는 인하될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와 기기 간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소비자 감성에 호소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감성인터페이스’라고 한다. 감성인터페이스는 인간의 감성을 정성·정량적으로 측정·평가하고 이를 제품이나 환경 설계에 응용해 기기나 환경이 인간의 감성에 반응하게 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윤택하고 쾌적하게 하는 일종의 IT·BT 융합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감성인터페이스는 뇌파·근전도·심전도·호흡신호·혈압·체온 등 다양한 형태의 생체정보를 인식하고 분석해 인간의 감성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제품의 고부가화가 가능하다.
감성인터페이스는 아직 태동기에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제품개발에 적용된 사례는 많지 않지만 최근 초보적인 수준의 적용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필립스가 사람 기분을 감지해 조명의 밝기와 색상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또 MIT 미디어 랩에서는 안경 형태의 검출기로 얼굴의 근전도를 측정하는 ‘expression glasses’와 사용자 감성상태를 가상환경 속에서 표현하는 ‘affective avatar’ 등을 개발했다. IBM에서는 카메라로 얼굴을 인식, 감성상태를 파악하는 기술과 피부전기반응 등을 이용해 감성상태를 파악하는 ‘emotion mouse’ 기술을,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산하 뇌과학 종합연구소에서는 뇌전위의 변화를 관찰해 감정상태를 구별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의 감성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물들이 미래의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산업 모습을 변화시키는 동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기업은 +0.5차화의 한 해답을 감성인터페이스에서 찾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5년부터 2001년까지 과학기술부 주도로 ‘감성공학기반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한 바 있으나 아쉽게도 후속 프로젝트에 착수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이 분야가 세계적으로 태동기기 때문에 아직 선진국과의 격차가 그리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정한 수준의 연구개발과 산업화가 지원된다면 비교적 단기간에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감성인터페이스가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확산 적용된다면 우리나라 산업의 +0.5차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손상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sonnsye@kis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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