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7년 만에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 고도의 군사적 대치상황에 놓여 있는 남북관계의 특성을 고려할 때 남북정상 간 의사소통의 구조를 확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아울러 북한체제의 특성상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화를 하고 합의를 이루어내는 것은 앞으로 합의의 이행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최근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실천단계로 이행하는 시기와 맞물려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는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촉진하고 남북관계의 발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지난 7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이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한국전쟁을 종결시키는 평화협정에 서명하겠다’는 뜻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하기로 합의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남북 간 상호불신과 반목을 제거하기 위해 상호신뢰관계를 새롭게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면, 2차 정상회담은 두 정상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상호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2차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나면 한반도 평화와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실질적 조치가 이어질 것이다. 특히 남북철도·도로 연결을 비롯한 3대 경협 사업 등 지금까지 이룩한 경제협력의 연장선 위에서 새로운 경제특구, 산업협력 그리고 이에 필요한 인프라 건설 등의 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차 남북정상회담의 후속조치로 취해질 남북경협은 일회성, 단기적 협력에서 탈피해 양방향 협력으로 발전시켜 우리에게는 투자의 기회가, 북한에는 경제회복의 기회가 되도록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 단계에서 남북 간 경제협력의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이 수용 가능한 프로젝트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즉, 우리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희망하고 요청하는 프로젝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우리가 취사선택을 해야 하며, 취사선택을 할 때도 6자회담의 틀 속에서 가능한 프로젝트여야 한다는 점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을 더욱 활성화하고 인근지역에 새로운 공단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서비스와 휴대전화 상용화 등과 같은 통신협력을 본격화해 남북한 소통의 고리를 더욱 튼실하게 다져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재 남한은 경공업 원자재를 지원하고 북한은 지하자원을 넘겨주기로 합의한 상태다. 그런데 광물을 북한 내 제련소로 옮기는 인프라는 구축돼 있지만, 남측으로 보내는 인프라는 구비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광산에서 항구로 이동하는 도로가 필요하며, 항구 역시 광물을 수송할 수 있는 항만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경협의 과제들이 도출될 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남북경제공동체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현 단계에서는 실질적으로 가능한 부문에서 합의,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의 시발점은 남북 간에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 정상회담은 가장 영향력이 클 뿐 아니라 소통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는 틀이다.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간의 견고한 소통구조 확립에 기여해야 한다. 철도와 도로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통신과 IT협력의 확대 등을 통해 남북 간의 접점을 연결하는 다양한 선(線)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연결망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이것이 평화체제의 기반이 될 것이다. 평화가 협력을 촉진하고 협력은 다양한 소통의 선(線)을 통해 평화체제를 강화시키게 될 것이다.
◆이봉조 통일연구원장 bjrhee@kinu.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