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미디어 포럼]방송시장에 대한 공정위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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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부의 유료방송 시장 정책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부처 간 갈등이 일고 케이블TV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케이블TV의 단체계약해지와 인기채널 고가상품 묶음편성을 공정경쟁 의무를 어긴 것으로 판단한 공정위가 관련 사업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린 것이 발단이다.

 그러나 이는 방송법 제정 정신과 정책목표 그리고 관련 규정을 잘못 인식한 것에서 출발했다. 종합유선방송법에 따라 1995년 방송을 시작한 케이블TV는 정책과오로 유료방송시장이 활성화하지 못했으며 시장 왜곡과 저가상품 불공정거래가 판을 쳐왔다.

 특히 유선방송관리법에 근거한 중계유선방송사업자(RO)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병존시켜 경쟁시장을 형성한 것이 저가묶음이 주도하는 시장왜곡을 초래하고 유료방송시장의 조기정착을 어렵게 한 원인이었다. 상이한 법적근거를 통합하고 왜곡된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2000년 발효된 현행 통합방송법은 제9조 규정을 근거로 RO의 SO전환 업무를 추진했고 이로써 유료방송시장 정상화를 도모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전국 77개 SO 지역사업권역에 경쟁적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복수SO지역이 생겨났다. 당초 독점적 사업권으로 안정된 유료방송시장 기반을 닦고 공적책임을 지우려던 정책목표가 단기적으로 훼손되고 시장 경쟁체제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RO의 SO전환에 따른 경쟁은 M&A를 유도해 궁극적으로 당초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도록 하려는 단계적 정책 목표였다.

 방송법 제27조 7항은 방송프로그램 유통상 공정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사항을 방송위의 직무로 규정하고, 단서조항으로 이와 관련한 심의·의결을 할 경우 공정거래위원장의 의견을 듣도록 했다. 이번 사태의 쟁점은 SO의 단체계약해지나 고가상품 묶음편성 행위가 방송법 제7조가 규정한 방송법 적용범위의 문제로 방송위의 정당한 직무인지, 아니면 공정위의 소관법령을 위반한 것인지의 판단여부다.

 공정위의 판단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에 근거한다. 그러나 시장의 공정경쟁에 관한 보편적 업무일지라도 특수한 분야는 그 분야의 관련법 규정을 따르도록 공정거래법 제58조는 규정한다. 따라서 방송법 규정에 따른 규제를 받고 약관심사와 승인절차를 거친 사항이어서 공정위의 판단은 방송위와 사전 협의·조율을 거치는 것이 순서였다.

 핵심은 유료방송시장의 특수성과 그 형성과정, 왜곡된 시장을 정상화하려는 방송법과 정책목표를 바로 이해하는 데 있다. SO가 RO와 저가경쟁으로 왜곡된 가격구조를 갖고 출발한 점, RO의 SO전환 승인을 통한 공정경쟁시장 형성이 정책목표였다는 점이다. 이 전환정책으로 일단 유료방송시장 규모가 커졌지만 여전히 종전의 저가상품이 주도하면서 정상적인 경쟁시장의 형성과 양질의 콘텐츠 공급이라는 목표에는 미치지 못한 게 문제의 발단이다.

 SO전환 업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2005. 1. 14)은 SO전환승인제도가 당해 방송구역의 기존 SO와 사이에 공정한 경쟁기반을 조성한다는 취지를 인정했다. 공정위는 이런 방송정책 집행과정의 이해와 방송법의 정책목표를 전제로 문제에 접근했어야 옳았다.

 법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시장상황 변화에 따라 정부의 규제방식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사전에 시장변화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어야 하며, 정책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절차와 과정이 따라야 한다. 신뢰와 예측이 가능한 시장을 위해, 특히 방송과 같은 문화콘텐츠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한 정책집행을 위해 정부부처 간의 긴밀한 조정과 협의가 이루어져야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규제·탈규제·재규제라는 일련의 용어는 시장상황에 따른 규제방식의 변화를 의미할 뿐이지, 규제가 없어지거나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독과점시장이든 경쟁시장이든 방송이 공익성을 구현하도록 정책목표에 변화를 주고자 할 뿐이다. 이것이 방송이다.

 강대인 <전 방송위원회 위원장> dainkang@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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