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SF영화에서는 화성이나 목성 등 현실세계에서 직접 다녀오기 힘든 곳을 첨단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여행하게 해 주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나온다. 일면 대단한 기술이기는 하지만,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오히려 인터넷과 모바일 등 우리에게 친숙한 디지털 기기가 훨씬 더 그럴듯한 여행의 미래를 상상하게 해 준다. 우리는 이미 여행지 선택부터 가는 길, 현지에서의 활동·명승지·맛집 등 상당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구한다. 단순한 사실이나 단편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타인의 경험과 판단이 들어간 지식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한 내비게이션과 같은 위치정보와 와이브로 등 유비쿼터스 기술도 새로운 여행을 예고한다.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 여행이 디지털로 인해 또 어떻게 변할지 흥미진진한 지적 유람을 해 보자.
우선 여행 준비단계부터 달라질 것이다. 현재도 상당한 정보가 인터넷에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알고 있는 지역이라면 사전에 대부분의 정보를 구할 수 있다. 관광지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관광업소 그리고 최근에는 직접 현지를 다녀온 관광객이 제공하는 정보도 적지 않다.
그러나 특정 조건을 갖춘 여행지를 선택하고자 하는 때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예컨대 서울에서 세 시간 거리에 있으면서 온천을 겸비하고 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조건에 딱 맞는 여행지를 찾아줄 시스템은 현재로는 없다. 대신 주변의 전문가나 지식검색에 도움을 요청할 따름이다. 하지만 앞으로 시맨틱웹이 구현되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위치정보와 온천·공원·휴양림 등 관광지 정보 그리고 식당 등 지역정보가 통합되면 조건별 검색은 어렵지 않다.
여행지를 선정한 이후에도 관련 정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진행이 쉽지 않다. 교통편·숙박정보, 지역 내 여행정보 등 모두 별도 접속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순 정보보다는 체험정보가 더 효과적인데 이들은 대부분 개인 블로그나 지식검색 등에 파편화돼 있다. 여행정보 검색에서 가장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TV프로그램이다. 지상파에는 국내외 여행지나 전국 방방곡곡의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지만 이들 동영상의 메타데이터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구글의 맵 정보와 관광지 정보를 연결하고 여기에 공급기관의 정보와 여행자의 체험정보 및 사진·영상정보 등을 연계한다면 여행계획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내비게이션은 공간감각이 둔한 사람이나 초행길에는 매우 편리한 도구다. 하지만 지금은 기기 간 위치정보가 통일되지 않아 연결이 쉽지 않다. 인터넷 길안내 프로그램에서 목적지로 가는 경로와 들르고 싶은 경유지 정보를 찾아놓고도 막상 차를 타게 되면 내비게이션에 다시 위치를 찾아 재입력해야 한다. 만약 차에서 내려 걸어가야 하는 구간이 있다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인터넷에서 찾은 노정정보가 내비게이션으로 연계되고, 그것이 다시 핸드폰으로 연결되는 위치정보 로밍이 이루어지면 한 번의 노정선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연속적인 길 안내가 이루어질 것이다.
미국 고속도로에는 수많은 광고판이 늘어서 있다. 광고판에는 인터체인지 주변 숙소나 음식점·관광지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위치가 표시된다. 그러나 이런 정보는 모두 사람이 눈으로 해독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돼 있다. 미래에는 이러한 도로주변의 여행정보 방식이 무선데이터로 기계가 인식할 수 있도록 다가오고 또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웹2.0 시대에 맞게 각종 여행정보가 사람을 중심으로 통합되고 또 기계 간 정보교환이 원활해지면 사람들의 정보와 지식 그리고 체험이 일체가 된 디지털 시대의 ‘동국여지승람’이 나타나게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황주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jshwang@kis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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