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벤처기업과 멘토링

 고대 그리스 이타이카 왕국의 오디세우스 왕은 전쟁터에 나가며, 자신의 아들인 텔레마코스를 친구에게 맡겼다고 한다. 그는 텔레마코스를 친구·선생님·상담자, 때로는 아버지가 돼 보살폈고 그의 이름이 바로 멘토(Mentor)다.

 오늘날 멘토는 상대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비전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인생의 안내자’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벤처기업에는 ‘경영의 조언자’인 셈이다.

 지난 1997년 한국 경제는 벤처기업에 열광했다. 세계 최고의 IT강국이라는 배경을 발판 삼아, 우수한 기술력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대표되는 벤처기업은 향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무한한 잠재력이자 원동력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수많은 벤처기업이 ‘무늬만 벤처’ ‘묻지마 투자’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하루 아침에 도산했다. 기술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과 도전으로 기술개발에만 힘쓴 나머지 개발된 기술을 사업화하는 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효과적인 경영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까닭이다. 기업의 근본인 ‘경영’을 무시한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형성된 벤처기업을 향한 사회적 의혹은 1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벤처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 지난해 102개의 벤처기업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벤처 1000억 클럽’에 입성했고 휴맥스·DSLCD·NHN 등은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명실상부한 한국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벤처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일반 중소기업에 비해 2.4배, 수익성은 3.8배에 이르며 수출증가율은 대기업의 2배에 달하는 등 일반 기업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으로 조사돼 벤처기업이 더 이상 공수표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된 지 10주년이 되는 2007년.

 벤처기업은 경영 능력의 부재라는 한계와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제2의 도약으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자만하기보다는 내실 가꾸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때다.

 전직 CEO의 경륜과 경영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 경영애로를 해소하고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하고자 2004년 발족한 전경련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이하 ‘경영자문단’)은 2006년 1월 비즈니스 멘토링 제도를 시작, 운영하고 있다.

 비즈니스 멘토링이란 자문위원이 멘토, 중소기업 CEO가 멘티(Mentee)가 돼 6개월∼1년에 걸친 종합적 자문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멘토가 된 자문위원은 기업의 경영애로와 경영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통해 마케팅·자금관리·기술 등 기업경영의 전 분야에서 효과적인 경영전략을 제시한다.

 지난해 경영자문단과 멘토링 약정을 체결한 A사는 화장실의 절전형 조명등 자동제어 시스템을 개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A사는 품질과 가격 면에서 유사경쟁 제품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제품을 개발했지만, 시장개척에 따른 자금확보와 마케팅 전략의 수립이 요원한 상황이었다.

 멘토가 된 3인의 자문위원은 사업계획에 의거한 자금계획을 수립하고 자본과 부채·창업비 등을 구분한 회계처리 방식으로 회계시스템을 정비했다. 또 정부 정책자금의 확보와 외부 투자의 적극적 유치를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마케팅 부분에서는 주요 고객을 수도권 지역 오피스 빌딩에 포지셔닝할 것을 제안했다.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도권 지역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리라는 판단이었다. 또 제품의 명칭 개선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판매·설치·AS를 일관화하는 고객서비스의 도입을 제시했다. 그 결과 A사는 현재 수도권 및 대전지역의 학교·관공서·빌딩 등을 타깃으로 판로를 넓혀 매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 벤처기업은 ‘제2의 전성기’를 향해가고 있다.

 경영전문가가 멘토가 돼 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멘토링 제도를 활용, 멘토와 함께 기업의 비전을 공유하고 기술의 사업화, 판로개척, 자금관리 등의 분야에서 효율적인 경영시스템을 구축해 나간다면 벤처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일도 무모한 도전만은 아닐 것이다.

 <오세희 전경련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 위원장> shoh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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