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대학을 3년 만에 마치고 스무 살에 케임브리지대학원 박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을 때만해도 스티븐 호킹은 조정선수로 활약할 만큼 건강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이후 별 다른 이유 없이 자꾸 넘어져 진찰을 해보니 근육이 점점 위축돼 심장까지 이르면 사망한다는 루게릭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스물한 살 때다.
루게릭병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호킹은 2년 후에는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견했던 우주 특이점의 존재를 증명해 박사 학위를 받는다. 또한 서른두 살 때는 영국학술원 최연소 회원이 되면서 ‘제2의 아인슈타인’이라는 영예도 얻는다.
호킹 박사가 신체 중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곤 왼손 손가락 두 개와 얼굴 근육 일부분이다. 설상가상 호킹은 폐렴으로 기관지 제거 수술을 받아 목소리마저 잃었다. 그가 육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치 현대판 헬렌 켈러다.
지난 5월 우주 생성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 남은 생애의 최대 목표라는 호킹 박사가 40년간이나 타던 휠체어를 벗어나 미국의 민간 우주관광회사 ‘제로 그라비티’의 무중력 체험선을 타고 약 4분간 그토록 바라던 무중력을 체험했다. 호킹이 탄 보잉727 여객기를 개조한 체험선은 미국 케네디 공군기지를 출발해 약 두 시간 동안 대서양 상공을 비행하며 고도 9800미터를 상승한 뒤 2400미터를 하강하는 방식으로 무중력을 만들었다고 한다.
호킹 박사는 무중력 체험 뒤 “오늘 하늘로 날아가 천국을 보았다”고 감격해 했다.
자신이 증명한 빅뱅이론, 블랙홀의 증발, 양자중력론 등 현대 물리학의 천재적인 업적 이상의 기쁨을 느꼈다고도 밝혔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우주인 30명을 선발, 우주공간과 동일한 환경인 무중력을 체험하는 우주문화원정대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엔씨는 이 행사를 통해 특히 장애인과 청소년에게 도전의식과 자신감을 심어 준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육체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또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호킹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미 사형선고를 받았다. 살아 있는 지금이 집행유예 기간이라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다.”
홍승모 글로벌팀장 sm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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