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의 사전적 용어는 ‘어떤 일에 관련이 있는 사람’이다. 참으로 모호한 말이다. 연관성만 있을 뿐 그 정도나 책임성에서 어느 수준인지 도무지 감 잡기가 힘들다. 식당 관계자라고 할 때 주인인지, 주방장인지, 배달원 혹은 카운터인지 모를 일이다.
언론에서 자주 쓰는 말이 관계자다. ‘관계자에 따르면…’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보도를 할 때가 많다. 다소 무책임한 표현이다. 독자의 알 권리와 보도의 책임성을 위해 실명을 거론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관계자 인용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취재원 보호 성격이 강하다. 아직도 언론에 노출되면 경쟁사·모회사·발주사 등으로부터 불이익을 우려하는 취재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통신 쪽 취재를 맡다보니 ‘관계자’가 더욱 많아진다. 규제산업의 특성상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실컷 얘기를 해놓고도 “출처는 절대 밝히지 말아달라”며 곤란해하는 취재원들을 종종 본다. 이럴 경우 실명을 거론하기는 불가능하다. 취재원의 입장쯤은 난처해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기자는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더 하다. 열흘 전쯤 정보통신부 모 팀장에게 몇 가지 확인 차 전화를 했더니 대뜸 “이렇게 직접 전화 걸면 안 되는데요...” 하면서 난감해한다. 어떤 사무관은 아예 “공보실 통해서 걸어주세요”하면서 말문을 닫아버린다. 다른 정통부 팀장의 말은 더 압권이다. 얘기는 조목조목 잘하더니 “그런데 보도하지 마세요, 혹시 기사를 쓰더라도 관계자라는 말은 쓰지 말아주세요”라고 주문한다.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이 나오면서 달라진 취재 풍속도다. ‘관계자’ 색출(?)까지 이뤄지다보니 공무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겠다.
굳이 워터게이트 사건의 촉매제가 된 딥스로트(익명의 제보자)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다. 그동안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나섰던 수많은 ‘관계자’들. 이제 그들조차 멸종 위기에 처했다.
조인혜 U미디어팀 차장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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