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무역수지와 환율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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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맞이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우리나라는 1995년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를 돌파하였고 다음해에는 선진국의 클럽인 OECD에 가입하면서 샴페인을 터뜨렸다. 그러나 1년 후인 1997년 말 한국은행 금고에는 외환보유고가 39억 달러에 불과했다. 결국 국제 금융기구로부터 달러를 빌려오면서 외환의 중요성을 절감해야 했다.

 온 국민은 장롱 속에 묻어두었던 결혼반지·돌반지를 꺼내고 수출에 다시 팔을 걷어올렸다. 이에 따라 세계에서 유례 없이 당초 일정보다 2년 반이나 앞당겨 구제금융을 갚는 데 성공해 또 하나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게 되었다. 지난 10년간 온 국민의 피나는 노력으로 1781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했고 외환위기 국가가 세계 5위 외환보유국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우리 무역이 요즘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원화절상이다. 원화의 대미 달러환율은 2002년 이후 지금까지 29.8%가 절상됐고 2004년을 기준으로 봐도 절상 폭이 13.7%에 달한다. 2004년 말 100엔당 1012.07원이던 대 일본 엔화환율은 최근 753.06원으로 떨어져 절상 폭이 무려 34.4%에 달한다.

 자연히 일본에 수출하던 기업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대일 수입이 늘어 대일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수출 채산성은 환율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9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은 수출처 전환, 수출단가 인상 등으로 대응해 왔으나 자구노력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무역협회가 이달 초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수출업체 중 고작 27.6%만이 수출에서 이익을 남기고 있다. 채산성이 한계점에 달했다는 업체가 50.8%, 적자가 누적된다는 업체가 21.5%로 나타났다. ‘수출은 이제 속빈 강정’이라는 많은 중소기업인의 하소연을 실감하게 해준다.

 외환위기 직전까지만 해도 우리 경제는 펀더멘털이 좋다고 했다. 그러나 경제정책 측면에서 외환위기가 준 교훈은 몇 가지 거시경제 지표만으로 펀더멘털을 읽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환율 안정 또는 적정 환율 유지의 중요성도 외환위기가 가져다준 교훈이 아닐 수 없다. 환율이 국내 원·달러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국제외환시장에 견주어 볼 때 우리나라 원·달러시장은 크지 않은 시장이고 따라서 시장 밖에서 수급의 저변을 조절하는 정부 정책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이웃 일본과 우리의 정책기조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일본은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적극적인 해외투자로 자본수지 적자를 냄으로써 환율을 안정시키고 있다. 더구나 해외투자에서 발생하는 소득수지도 흑자를 내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갈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1천702억달러의 63%에 해당되는 1천72억달러가 자본수지 적자로 소화됐다. 여기에는 0.5%에 불과한 저금리정책이 촉진제 역할을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면 환율이 하락해 경상수지가 적자로 빠져들게 만드는 구조다. 한·일 간에 두드러진 차이는 해외 직간접 투자다. 외환을 돌게 하는 심장계에서 동맥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다 보니 환율이 국가경쟁력 이상으로 치솟고 수출기업이 온전치 못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도 이 점에 주목하여 이미 두 차례 해외투자 활성화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통화당국도 여러 정책수단을 동원, 환율과 금리 등 거시지표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역업계의 하소연을 보다 경청하면서 무역흑자와 환율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정부와 기업이 더 큰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 heebl@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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