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미디어포럼]거실과 책상미디어, 경쟁보다는 상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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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미디어 시장은 거대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인터넷은 통신과 방송을 융합하는 중심에 서서 새로운 플랫폼과 서비스들을 속속 등장시키고 있으며, ‘미디어 빅뱅’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매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혹자는 이런 매체 다양화와 정보 유통의 변화를 구텐베르그의 활자혁명에 비유하기도 한다. 인터넷 초기, 텍스트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변화의 물결은 디지털카메라의 보편화로 디지털 사진으로 확대됐고 통신 기술의 대용량·초고속화로 동영상 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변화는 TV를 보던 사용자를 PC 앞으로 데려오고 있다.

 나도 TV 채널 선택권한을 아이들과 아내에게 뺐긴 지 오래지만 별 불편은 없다. 거실에 놓인 TV를 포기하는 대신 책상에 놓인 PC가 해결책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공중파나 케이블TV사업자 등 기존 영상 미디어 사업자는 인터넷이라는 ‘경쟁자’의 등장에 대해 경계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콘텐츠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매겨 구매를 포기하게 하거나 아예 협상창구를 닫아 뉴미디어 서비스 시업자의 진입을 원천 봉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과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뉴미디어로 인해 ‘올드미디어’의 영향력이 줄고 쇠락의 길을 걷게 될까. 개인적으로 이런 전망은 기우라고 생각한다. 수없이 많은 정보가 오고 가는 인터넷이지만 사용자는 방송과 신문 등이 만들어낸 고급 콘텐츠에 열광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열광할 것이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넘쳐나고 볼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질수록 ‘브랜드’ 있는 콘텐츠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기존 TV콘텐츠와 인터넷 간의 미디어 교류가 시너지 효과를 낳은 사례도 많다. 케이블 채널은 핵심콘텐츠를 인터넷과 케이블 채널을 통해 동시에 송출한 결과, 잠재한 인터넷 사용자를 대거 TV와 모니터 앞으로 끌어들였다. e스포츠 중계가 대표적이다.

 인터넷 기반의 뉴미디어를 기회의 땅으로 인식하고 과감하게 손잡는 것이 외국에는 이미 일반화되고 있다. ABC 방송은 영국에서만 320만명이 휴대전화로 드라마 ‘로스트’를 시청했다고 발표했고 디즈니-ABC 그룹은 2005년부터 아이튠즈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한편 웹사이트로 ‘다시보기 서비스’를 확대했다. CNN의 모기업인 TBS·소니 픽처스 TV·NHL 등 150개의 TV채널을 갖추고 있는 비아콤은 인터넷TV 주스트(www.joost.com)와 손잡고 파격적인 콘텐츠 유통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서울미디어 포럼에서 톰 컬리 AP통신 사장은 뉴미디어의 출현으로 전통 매체가 위축될 것이라는 일부 의견에 강하게 반박하며 “전통적인 미디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변하는 환경에 맞춰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소비자는 결국 힘 있는 브랜드와 양질의 정보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올드미디어는 뉴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함께 전통 미디어 모델을 같이 끌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PC모니터를 통하건 TV화면을 통하건 일반 대중이 보고자 하는 콘텐츠는 양질의 생산이 가능한 전문가의 몫이다. 책상미디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UCC도 실상 그 내면을 보면 대부분 기존 거실미디어의 볼거리가 상당부분을 채우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인터넷 기반의 뉴미디어 사업자는 양질의 정보를 보유한 기존 미디어와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통해 발전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TV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인터넷에 길들여진 소비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콘텐츠 소비 습관은 책상미디어에 친숙한 구조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보다 과감한 협력이 활성화된다면 우리가 제시하는 뉴미디어 TV서비스 모델이 전 세계 미디어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혁신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이병기 그래텍 부사장 megabase@grete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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