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트렌드]영상의 침입, 쇼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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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지난 2003년부터 ‘IT는 한국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주제로 삼아 IT의 사회·문화적 영향을 연구하는 ‘메가 트렌드’사업을 진행해 왔다. IT를 바탕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의 변화를 예측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회질서, 공공 정책논리 등을 발굴하려 했던 것. 본지는 앞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메가 트렌트’에 참여해온 각계 전문가들의 정책적·사회적 고민을 통해 우리나라가 나아갈 큰 흐름과 변화를 예측해본다.

 

“쇼를 해라!”

 올해 미디어를 뒤덮은 한 이동통신회사의 광고 문구다. 쇼의 요체는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빨리 쇼를 시작할지는 의문이다. 사람이 일상 통화하는 대상 중에 과연 얼굴을 보며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수도 있다. 이미 한 세대 전에 개발된 고가의 영상전화는 시장에서 실패했다. 이 영상전화에 대해 당시 미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반응을 보인 계층은 손자 손녀와 통화하는 돈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다.

 실상 우리에게 ‘쇼를 하라’고 명령하는 주체는 급속히 발전하는 IT라고 여겨진다. 영상을 제작하고 전송하고 재현하는 기술은 지난 세기에 지속적으로 발달했다. 20세기 초 움직이는 그림(모션 픽처)을 최초로 재현한 영화는 기술적인 경외뿐만 아니라 주요한 오락 수단으로 등장했다.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TV는 가정에서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또다시 반세기가 지난 지금 영상은 우리에게 전면전을 포고하고 우리 일상으로 요소요소에 침투해오고 있다.

 동영상을 보여 주는 전광판은 이미 지난 세기에 거리에 등장했다. 아파트의 초인종, 엘리베이터, 냉장고와 같은 주거공간은 물론이고 이제 러닝머신과 패스트푸드 계산대에도 출현했다. 동영상은 휴대폰과 인터넷 인스턴트 메신저와 같은 통신매체로 확산, 침투하고 있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는 지난해에 현대 문명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러한 변화를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가? 커뮤니케이션 양식(mode of communication)으로 동영상은 인류의 커뮤니케이션 원형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쉽게, 빠르게,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시각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마치 영화가 관객의 무의식에 내재하는 관음증을 충동하듯이 영상은 지각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충족시킨다.

 영상정보를 처리하고 송수신하는 기술적 역량은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전광파전송망(all-optical wave network)의 기술 수준은 과거 6년 사이에 1만1000배 용량의 증가를 가져왔다. 기술과 기업의 탐욕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일상 도처에 영상을 침투시킬 것이다. 검색엔진에 ‘히틀러’를 치면 방벽 전면에 히틀러가 연설하는 동영상이 나타나고 이어 유명한 역사학자가 히틀러에 관해 논평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21세기에는 영상 언어가 20세기의 문자만큼 사회생활과 교육에서 중요해질 것이다. 동영상을 다양하게 인지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능력도 중시될 것이다. 이는 외모와 의상은 물론이고 표정과 제스처와 같이 비언어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적으로는 일화적인(anecdotic) 것이 대서사적인 것(epic)을 점진적으로 대체해 갈 것이다. 아마도 이는 UCC와 장편소설의 대비를 예로 들 수 있다. 영속적인 진리보다는 찰나적인 느낌이 중시될 것이다.

 아마도 미래에는 우리 모두 쇼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최양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 yscho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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