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도 적고 달변도 아니다. 화려하기보다 소탈하다. 조영주 KTF 사장을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CEO의 자질로는 잘 거론되지 않는 특징이다. 하지만 조영주 사장은 성공한 CEO가 가진 가장 뛰어난 덕목을 갖췄다. 다름아닌 추진력이다. 조용하지만 소신을 갖고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추진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조 사장의 장점이다. 그의 이름과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단어가 있다. ‘WCDMA/HSDPA’이다. 이 비동기 3세대(G) 이동통신 기술은 그의 추진력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2000년 사업권 획득에서부터 활성화를 진두지휘하는 CEO의 자리까지 특유의 추진력으로 우리나라에 WCDMA를 전파시켰다. 서비스 4개월만에 ‘SHOW’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하며 만년 2위 KTF를 WCDMA 1등 자리에도 올려놓았다. ‘WCDMA 전도사’ 조영주 사장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다.
#WCDMA가 아니면 미래도 없다
“2000년 사업자 선정 당시 KT 안팎에서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WCDMA가 아니면 미래도 없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추진했습니다. 사직서를 가슴에 지니고 다니는 심정으로 내외부 관계자를 설득했고 이제는 전국망 서비스까지 이뤄냈습니다. 정성을 들여 키웠고 앞으로 커 나갈 날이 많으니 WCDMA에 대한 애착을 남다르고 할 수 있습니다.”
조영주 사장은 지난 2000년 KT의 IMT-2000 사업기획단장으로 시작해 2001년 KT아이컴 대표, 2005년 KTF 대표를 역임했다. 모두 WCDMA와 연결된다. ‘WCDMA 전도사’라는 별명은 이 때문에 붙여졌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일본 파트너와 세계 최초로 영상전화 로밍을 성공시킨 것부터 사내의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SHOW’라는 부정적 어감의 브랜드를 선정한 것까지 그가 손꼽는 추억의 대다수도 WCDMA와 관련된다.
“브랜드 선정을 위해 9개월 간 수차례의 소비자 조사와 내부 아디어 공모를 통해 무려 380여개의 브랜드를 놓고 검토했습니다. ‘SHOW’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제외될 위기였지만 새 시장을 창출하고 WCDMA 1등에 올라가자는 의지를 담아 선택했습니다. 2위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자는 각오를 담았습니다.”
#일등 KTF
2005년 조 사장이 부임할 당시만해도 KTF 내부에는 ‘만년 2위’라는 열등감과 ‘SK텔레콤은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선입견이 팽배했다. 취임 당시 조 사장이 ‘1등 KTF 선언’을 내놓을 때만 해도 사내에서조차 반신반의했다. 조 사장은 800MHz라는 절대적인 주파수 열위를 극복할 대안으로 WCDMA를 택했다.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WCDMA를 추진해 온 끝에 취임 2주년 만에 WCDMA 1등을 실현했다.
조 사장은 “그간 기업에서 채득한 단 하나의 진실은 ‘무너뜨릴 수 없는 절대 강자는 없다’는 것”이라며 “WCDMA를 통해 일등 KTF를 실현한 것은 조직내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고객들에게도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2009년까지 임기를 남겨둔 조 사장에게 남은 과제도 역시 WCDMA다. 이젠 일등 수성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SHOW’ 가입자 100만 돌파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KTF에는 WCDMA 외에 대안이 없고 길도 하나입니다. 초기 돌풍을 태풍으로 승화시켜 우리나라 이동통신산업이 세계시장을 주도하도록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낍니다.”
#얼리어답터 조영주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조 사장은 IT기기에 익숙한 얼리어답터에 속한다. 젊은 사람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왠만한 30대 못지 않은 수준이다. 모임에 가면 지인들에게 문자보내는 것도 알려주고 영상통화하는 방법도 강의한다. “물건을 팔 때도 주인이 잘 알아야 손님들에게 자신있게 물건을 권할 수 있듯 새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지, 사용하기에 불편하지 않은지 확인해보려고 노력합니다. 예전에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목소리를 매일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지만 이젠 영상전화를 통해 안부를 확인하며 그리움을 달랠 수 있습니다. WCDMA는 누구 보다 저에게 가장 좋은 서비스라는 점에서 먼저 써보려고 노력합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가계통신비 증가를 이유로 이동전화 요금인하에 대한 주장이 거세다. 그는 통신비 증가는 정보사회 진화와 무관치 않다며 통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새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조 사장은 “사용자는 기회비용과 투자가치를 고려해 소비하고 사업자는 요금에 상응하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선거철만 되면 요금인하 주장이 나오지만 일부 단면만 보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연말 300만 돌파 자신
KTF의 3G ‘SHOW’ 가입자는 당초 내부 예상 보다 빠르게 성장 중이다. 서비스 4개월 만에 가입자 목표 180만명의 55% 수준인 100만명을 돌파했다. ‘SHOW’ 이미지 확산에 따라 가입자 증가세가 더욱 탄력을 받았다는 내부 평가다. 경영목표를 조기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KTF 내부에서도 목표 상향 조정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조 사장도 목표 추가 달성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조 사장은 “내부적으로 목표 상향 조정의 필요성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현 시장 추세대로라면 300만 이상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WCDMA가 KTF만이 아닌 우리 통신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WCDMA 활성화는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더구나 시장 선도사업자로 도약하려면 우리가 어느나라보다 먼저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
<학력>1956년 3월 출생
1978년 서울대 공과대학 졸업
1994년 서울대 대학원 공학 박사
1995년 미국 미시간주립대 글로벌정보통신정책과정 수료
<약력>
1979년 제15회 기술고등고시 합력
1980년 체신부 사무관
1982년 한국통신 전출
1999년 한국통신 IMT-2000 사업기획단장
2001년 KT아이컴 대표이사
2003년 KTF 수석부사장
2005년 KTF 대표이사
2006년 GSM협회 이사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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