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가 일을 냈다. 지난달 벤처기업협회는 작년 한 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벤처들을 조사해 ‘2007 벤처천억클럽’을 발표했다. 결과는 102개 기업의 벤처천억클럽 멤버 탄생. 2006년 78개사에서 25% 증가한 이 벤처천억클럽 멤버 수는 단순한 의미 이상이다.
벤처버블이라는 성장통을 겪어낸 우리 벤처들은 이제 고성장·고수익을 실현하는 산업주체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한국의 경제체계가 신경제체계로 전환하는 가운데 탄생한 벤처기업. 우리 사회에서 벤처기업이 회자되기 시작한 지 불과 10여년 만에 매출 천억클럽 회원 100여곳을 탄생시킨 자체가 우리 경제사에 전무한 쾌거다. 벤처천억클럽 빅리거들의 성적표는 전년대비 매출성장률 29.1%, 고용증가 31.5%로 그야말로 눈부신 기록을 자랑하고 있다.
66년 12월 중소기업법이 제정된 이후, 40여년간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이번 벤처천억클럽의 사례는 중소기업도 대기업으로, 더 나아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보여준 것이다. 이들은 수많은 중소벤처의 역할모델이 될 것이다. 몰라보게 튼튼해진 벤처산업의 바로미터로 회자될 것이다. 그래서 벤처천억클럽은 벤처계의 국가대표선수, 빅리거라고 감히 말해본다.
한 명의 빅리거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훈련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축구를 예로 들어보자. 잔디구장은 기본이고 선수 수준에 맞는 단계별 훈련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유소년축구도 양성해야 한다. 승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는 관중과 언론의 태도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선수를 둘러싼 이 모든 조건들이 시너지를 낼 때 수많은 박지성, 설기현이 나타나 공 하나로 세계를 종횡무진 누빌 수 있다.
벤처도 마찬가지다. 벤처천억클럽 같은 빅리거들이 100개, 200개 계속해서 탄생하려면 그리고 지금의 벤처천억클럽이 벤처일조원클럽으로 가려면, 벤처가 잘 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에 협회는 벤처성장 지원의 근간이 되는 ‘벤처기업육성에관한특별조치법(벤특법)’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산자위를 통과해 현재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벤특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벤특법은 창업활성화, 구로디지털단지의 성장을 가능케 한 각종 세제혜택, 회수시장 확대, M&A 활성화 기반, 대학 등 연구기관 전문인력 활용의 법적 근거 등 벤처기업이 시장의 주전 플레이어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조문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팽창된 반(反)벤처 정서도 이제는 불식돼야겠다. 벤처기업은 늘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입사해서 느끼는 회사에서의 대우가 아닌, 사회적인 대우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반벤처 정서의 원인이었던 벤처버블. 그러나 거름망으로 작용한 벤처버블이라는 고통의 시기는 기술로 승부하는 벤처, 내실 있는 벤처를 성장시켰다. 당장 작년의 벤처산업 전체의 성적표만 봐도 알 수 있다.
작년, 벤처는 연간 총매출 100조원,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기업당 평균매출액 69억원, 평균영업이익 4억5000만원으로 전체 중소기업(29억원·1억2000만원)보다 월등히 높다. 수출증가율은 98년부터 지난해까지 20.7%로 대기업 11.9%, 전체 중소기업 12%로 국위선양에 앞장서고 있다. 고용창출면에서도 1998년부터 2005년까지 23.9%의 고용증가율을 기록, 동기간 대기업의 5.8%, 중소기업의 5%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로 기여하고 있다. 이제 정당한 평가를 통해 벤처를 신뢰와 애정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그래야 우수인력의 벤처유입이 활성화될 수 있다.
벤처천억클럽 102개사 돌파는 ‘벤처 공영의 성장시대’의 시작일 뿐이다. 벤처는 더 많은 빅리거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 빅리거들은 우리 경제를 살찌우고 세계에서 활약할 것이다. 누구도 해낼 수 없을 거라 장담했던 일들을 해내는 최고의 벤처 빅리거들로 당당히 일어설 것이다.
◆백종진 벤처기업협회장 jjb@haanso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