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내 휴대폰

 출근길입니다. 당신은 다음 중 어떤 것을 빠뜨리고 왔을 때 다시 집에 가시겠습니까. (1)지갑 (2) 휴대폰

 과거의 답은 (1)번이었다. 최근엔 (2)번이다. 돈이야 동료들에게 꿀 수 있지만 휴대폰을 빌려쓰기도 어렵고 효과도 없다. 중요한 전화가 왔는데 못 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아무리 바쁜 출근길이라고 휴대폰을 가지려 다시 집에 돌아가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통화의 필요성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사실 휴대폰이 없는 것 자체가 불안한 사람도 제법 있다. 휴대폰이 없을 때 경험한 외부와의 단절을 못 참는 사람이 있다. 일종의 휴대폰 집착 또는 중독이다. 사람들은 어느덧 이렇게 휴대폰에 길들여졌다.

 최근 국내 한 소비자조사기관이 인터넷을 통해 설문조사한 결과 20대 이하가 다른 세대에 비해 수신음을 진동으로 많이 해놓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층들이 휴대폰을 자신과 바깥 세상을 연결시키는 도구로 생각하는 마음이 이렇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10대들의 70%는 집 안에서도 휴대폰을 주머니나 손에 들고 다녔다. 휴대폰을 몸의 일부로 여기는 셈이다.

 우리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최근 호주에서 나온 설문조사에 따르면 호주 젊은층의 휴대폰 집착이 심각한 상황이다. 80% 이상의 10대와 20대의 호주 젊은이들은 휴대폰 요금을 위해 음식이나 옷, 심지어 학습에 필요한 교재 구입을 포기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휴대폰에 집착하는 사람의 대부분인 24세 미만에게 휴대폰 없이 살라는 것은 전기나 물 없이 살아가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젊은이들이 휴대폰이 사용자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사회성을 기르는 도구로 이용하면서 집착이 날로 증가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휴대폰을 귀중하게 여기면서 제조업체와 통신사업자 간 희비도 엇갈린다. 지난해 한 미국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휴대폰 결함으로 인한 통화 불량에 대한 비난을 제조업체보다 통신사업자에게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업자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휴대폰을 몸의 일부로 여기고 이 물건에 자신의 정체성까지 부여하는 소비자의 마음이 그런 걸. 억울한 오해를 받더라도 이를 감수해야 하는 건 외국이나 국내 통신사업자나 마찬가지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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