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확대되며, 규모를 막론하고 IT기업들은 글로벌화를 고민하고 도전한다. 외국 기업의 국내 직접 공략도 강화돼 가만히 있어도 기업 경쟁 환경은 날로 글로벌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대응 능력도 높아졌다. 세계 시장 동향도 정확히 파악하면 외국 기업과 협상 테이블에서도 더는 주눅들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과 지원도 다양하게 전개되며, 영어를 구사하는 인력을 구하는 것은 점점 용이하다. 최근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들도 국내 IT기업에 큰 관심을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많은 한국 IT기업이 아직도 글로벌화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한국 IT기업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시장의 내재적 특성에서 1차 원인을 찾아야 한다. 요란한 기술적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미국 IT기업은 영업·마케팅이 전체 비용의 50%를 웃돈다. 결국 IT기업도 영업·마케팅이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큰 시장에서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기업의 비용 구조에 맞는 메시지의 세분화가 절대적인 것이다. 즉 신발 장사와 슬리퍼 장사, 혹은 애완견용 신발이나, 깁스용 신발 장사는 경쟁구도, 기술개발 및 마케팅 효율, 운영에 이르기까지 크게 다르다.
불행히도 한국 IT기업은 국내의 한정되고 유사한 고객군을 획득하는 격렬한 전투 과정에서 특성 없는 상품과 서비스로 진화해 간다. 결국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해서는 보유 능력과 메시지의 구조적 불균형을 안고, 부적절하게 강한 경쟁자를 상대로 공허하게 소리치는 꼴이 되는 수도 많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가 점점 평준화되고 있다(The world is flat)’고 말했다. 이는 단일 경제권에서의 산업·계층·세대 간 격차가 유지되는 가운데에도 국제 간 격차 해소가 급격히 진행되며, 때로는 역으로 국가 간 격차 해소가 국내의 계층 간 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를 수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미국 기업이 인도의 아웃소싱 회사와 부가가치를 나누는 과정에서 미국 개발자들이 소외될 수도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경제의 상부구조인 문화도 이와 비슷한 경향에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국내 문화 콘텐츠 소비 양태의 계층 간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강한 문화적 동질화 경향이 진행되고 있다. IT와 인터넷 발전이 이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성적만을 추구하는 아시아계 부모를 풍자한 중국계 미국 고교생의 자작 비디오는 전미 고교생들이 보고 즐거워했는데, 이는 아시아계에 대한 조롱이라기보다 일반 미국 고교생들이 배설 효과를 느껴서다. 일본은 유튜브의 거대한 시장이며, 남미인들은 미국의 소셜네트워크 사이트를 풍부하게 한다. 지역성은 부차적인 요소로 파악하는 것이다.
글로벌화를 모색하는 인터넷 서비스도 이러한 세계 시장 구조를 인식해야 한다. 한국이 지역적 특성이 강해서 외국 서비스가 발붙이기 힘들다는 말은 방어적인 관점이다. 한국과 같이 IT산업 기반이 풍부한 토양에서 뜨겁고 까다로운 소비자를 배경으로 많은 세계적인 모델이 나올 수 있다는 말도 옳다. 그러나 이렇게 탄생한 모델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이러한 구조적 인식 없이는 기술적 관점의 공허한 메아리에 그친다.
성공한 외국 IT기업 중에 창업 초부터 독창적인 상품과 서비스 모델을 완벽하게 개발한 사례보다는, 창업의 전략적 지향을 성장해가며 꾸준히 가다듬어 마침내 독창적인 기업으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산업에도 훌륭한 서비스 모델과 회사가 많다. 글로벌 시장 환경에 적절하게 서비스를 다듬고, 줄기차게 모델을 개선하고 도전한다면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알찬 회사가 많이 나올 것이다.
◆육상균 픽스카우 사장 sixman@pixco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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