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의 중심은 소프트웨어” 엘리온디지탈 박호성 대표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캠코더, HDTV, DMB, PMP, PDA, 휴대폰 등 수많은 디지털 기기가 하루가 멀다하고 출시되고 있다. 특히 HDTV는 땀구멍까지 보일 정도로 생생한 화질을 자랑해 보급률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PC에서도 HD 동영상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워낙 덩치가 크다보니 이를 압축한 DivX 동영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DivX는 동영상 규격인 MPEG-4 코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데이터 압축규격으로

보통 영화 한편을 CD 타이틀 한 장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압축률을 가지고 있다. 화질이 비교적 우수하고 DivX 플레이어처럼 HDTV나 모니터에 간편하게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선보였다. 그 동안 DVD 플레이어 등에 주력하던 중견기업 엘리온디지탈 역시 DivX 플레이어를 선보이며 출사표를 던진 상태. 이 회사 박호성 대표를 만나봤다.

■ 야무진 디자인과 소프트웨어로 고객 마음 사로잡을 것

엘리온디지탈은 지난 2002년 창립된 회사로 수출과 OEM 시장에 주력하다보니 아직 국내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주로 DVD 플레이어 및 하드디스크가 내장된 PVR, 콤보 리코더에 주력해왔습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DVD 플레이어와 같은 가전제품 시장에서 대기업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가장 컸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가전제품을 고를 때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A/S가 더 잘될 것이라는 선입견과 함께 브랜드를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 때문이다. “MP3 플레이어나 PMP, 내비게이션과 달리 가전제품 시장은 브랜드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VTR 보급률이 높아 DVD 플레이어만 가지고 있던 저희로서는 국내 시장 공략이 어려웠습니다.”

그럼 엘리온디지탈이 DivX 플레이어를 국내에 선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환율이 많이 올라 수출 경쟁력이 줄어든 것도 이유겠지만 DivX 플레이어에 네트워크 기능이 들어가 있어 인터넷이 발달한 국내에서도 충분히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실제 제품 출시는 8월쯤 이뤄질 예정이며 현재 시제품이 생산된 상태입니다.”

DivX 플레이어는 크게 광미디어를 사용하는 제품과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제품으로 나뉜다. 엘리온디지탈이 개발한 제품은 하드디스크를 사용한 DivX 플레이어다. “DivX 재생 외에도 홈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캠코더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동영상을 간편하게 저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저장된 동영상은 MPEG-2(DVD)로 인코딩이 가능하고 PC가 없어도 무선 리모컨을 통해 간편하게 편집을 할 수 있도록 했죠.”

사실 이제까지 출시된 DivX 플레이어는 동영상 재생 능력이 즉, 디코딩에 초점이 맞춰져왔다. 물론 USB 호스트 기능을 이용해 각종 디지털 데이터 저장도 가능했지만 말 그대로 저장일 뿐 2차 가공이나 인코딩은 PC에서 주로 이뤄진다.

“PC로 동영상을 편집해본 사용자라면 알겠지만 그리 만만한 작업이 아닙니다. PC 사양도 좋아야 하고 편집 프로그램도 따로 익혀야 하죠. 하지만 저희가 선보인 DivX 플레이어는 따로 인코딩 칩셋을 달아 동영상 편집이 수월하고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 메뉴 디자인도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또한 HDMI 단자를 기본으로 내장했고 USB 포트를 통해 HDTV 튜너나 무선랜도 옵션으로 장착이 가능합니다.” 기록과 편집을 하나로 합친 컨버전스 제품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엘리온디지탈은 수출과 OEM에 주력해왔기 때문에 국내에서 자체 브랜드 파워가 아직 부족하다. “저희도 그런 점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 대기업과 수많은 경쟁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DivX 플레이어 시장을 공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미 기존 DVD 플레이어나 MP3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DivX 플레이어도 중국이나 대만산 저가형 제품들이 조만간 본격적으로 쏟아져 들어올 확률이 높다. 이에 맞선 엘리온디지탈의 전략에 대해 질문을 던져봤다. “아날로그와 달리 디지털은 기술 장벽이 낮습니다. 주요 칩셋 제조사에서 제품 개발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을 제공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하드웨어 가격 경쟁력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이 훨씬 유리합니다.”

박호성 대표의 말처럼 칩셋 제조사는 레퍼런스 디자인이라 부르는 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해준다. 즉, 특별한 노하우가 없어도 웬만한 전자기기 회사라면 충분히 관련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어찌 보면 편리하겠지만 원천 기술이 없기 때문에 기술 종속국이 불가피하고 칩셋 제조사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칩셋 개발은 신약과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과 노력, 그리고 기술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저희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각종 버그를 펌웨어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대표적이죠.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활용하면 하드웨어로 구현이 불가능한 것도 해결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저가형 제품에 비해 확실한 차별화를 둘 수 있습니다.”

저가형 제품의 특징은 소프트웨어 지원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새로운 코덱이 나오더라도 이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제품 자체에 잠재되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그동안 시장에서 성공했던 제품들은 대부분 탄탄한 소프트웨어 지원이 뒷받침됐다는 점을 엘리온디지탈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수환기자 shu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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