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퀄컴과 함께 동남아 최초 CDMA 제조사를 베트남에 합작 설립하다 ejkim@ubiquam.com
지난 2006년 1월 어느 오후였다. ‘따르릉’ 긴장된 마음으로 받은 전화 건너 편에서 드디어 합작사 설립을 위한 최종 결론이 났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바로 베트남전력공사(EVN), 미국 퀄컴사와 합작으로 베트남 최초의 CDMA 단말기 제조를 위한 합작사인 아이큐링크스(IQLINKS)의 최종 파트너로 유비컴이 확정된 것이다.
중국의 거대 통신장비 업체 및 국내 유수 대기업까지 가세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마침내 우리 회사가 당당히 최대 주주로서 합작 파트너에 낙점 받은 것이다. 순간 지난 2003년부터 땀 흘려 노력해 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필자의 뇌리를 스쳐갔다.
이 사건의 시작은 퀄컴이 CDMA450 서비스가 정부 차원에서 준비 중이라며, 베트남에 필자를 초청한 2003년 여름이었다. 당시 유럽형이동통신(GSM) 방식이 대세였던 유럽과 통신 서비스가 확산되지 못한 저개발 국가에 경제적인 통신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퀄컴이 전략적으로 밀고 있던 것이 CDMA450 서비스였다.
2004년 베트남이 CDMA450 서비스를 채택하고, 그 사업의 주관을 베트남전력공사가 자회사를 세워 진행하게 되었다. 통신 기지국 설치가 진행되고 있던 2005년 초 CDMA450 네트워크를 이용한 전국 1600만 가구를 대상으로 전력 원격검침 사업이 정부 차원에서 발의가 되고, 현지 사업자인 베트남전력공사가 퀄컴과 함께 합작 파트너를 찾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는 원격검침 통신단말기를 통해 만들어질 대규모 수요를 발판 삼아 현지 CDMA 단말기 산업도 일으켜보자는 복안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퀄컴 역시 베트남과 같은 전략적 신흥시장에 탄탄한 합작 파트너가 필요했던 것이다. 컬퀌의 회장인 어윈 제이콥스가 필자를 위시로 한 아이큐링크스의 주요 파트너를 직접 미국 샌디에이고 본사로 초대하여 환대한 것만을 보더라도 명확해 보인다.
물론 베트남 정부 산하의 대표적인 기업과 퀄컴이 추진하는 정부 차원의 사업에 유비컴과 같이 작은 회사가 뛰어들었다가 오히려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협상 과정에서 걱정도 됐다. 게다가 국내 모 대기업은 베트남전력공사에게 유비컴의 실체를 부정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생기면서 회사에 대한 공식 실사까지 받아야 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베트남전력공사에게 유비컴은 알려져 있지 않은 정체 불명의 회사가 아니었다. 바로 그들이 2003년부터 통신사업을 시작했을 걸음마 단계부터 우리는 단말기 분야를 위주로 다양한 지원을 아까지 않았던 전략적 파트너였다. 게다가 CDMA450을 통해 우리는 퀄컴이 인정하는 품질과 기술력의 회사로서 이미 탄탄한 신뢰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결국 일정에 따라 2005년 중반께 총 자본금 500만달러 규모로 유비컴과 베트남전력공사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퀄컴도 참여하는 다국적 합작기업인 아이큐링크스를 설립키로 확정하고, 2005년 말부터 본격적인 회사 설립에 착수하게 된다. 당시 자체 브랜드의 CDMA450 단말기를 생산, 판매한 매출로 이익을 내는 선순환 구조를 갖춘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라, 베트남 합작사에 들어갈 자본금 마련이 쉽지 않았으나, 과감한 해외 사업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해준 산업은행과 같이 필자가 위기 때마다 과감히 도전한 것을 높이 평가해준 주변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다.
지난 4월 중순 반팔 차림이 어색하지 않은 초여름 날씨의 하노이 인근에 한창 건설 중인 3헥타 규모의 아이큐링크스 공장 부지를 방문했다. 바로 여기서 베트남 IT 단말기 산업의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바로 그 중심에 한국의 중소벤처 유비컴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벅찬 마음을 겨우 다스려야 했다.
올해 말이 되면 여기서 직접 조립 생산된 제품에 ‘made in Vietnam’ 단말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또 하나의 부푼 꿈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조립 공장만이 아니라 한국의 여러 단말기 관련 부품회사까지 묶는 동남아 최대의 IT 단말기 제조 메카로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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