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7호선으로 갈아타는 가산디지털단지역까지 갔다. 운 좋게 타자마자 자리가 났다. 옆 자리 여학생을 보니 통화 중이다. 목소리도 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다 들린다.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 남자 친구 얘기 등 친구와 하는 일상적인 수다다. 이 여학생의 통화는 가산디지털단지역에 내릴 때까지 계속된다. 30여분을 통화한 셈이다.
이 여학생의 한 달 통신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갑자기 궁금하다. 하나 더 궁금한 게 생긴다. 이 여학생이 지금 한 통화는 과연 통신비인가 교제비인가. 빵집에서 친구를 만나 내는 빵값은 식비일까 교제비일까. 성격상 아무래도 교제비에 가깝지 않을까.
엥겔계수라는 게 있다. 생활비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 그 비중이 높을수록 저소득계층으로 분류하는 지표다. 그런데 가족이 근사한 식당에 가서 먹은 외식값을 식비에 포함시키기는 곤란하다. 외식을 많이 하는 부유한 가족의 엥겔계수는 높을 테니까. 외식비는 식비라기보다는 영화나 스포츠 관람과 같은 일종의 문화비로 분류하는 게 마땅하다.
지하철에서는 많은 사람이 휴대폰을 갖고 논다(?). 특히 젊은층이다. 게임하는 사람, TV 보는 사람, 음악 듣는 사람 저마다 휴대폰 화면 속에 빠져 있다. 이쯤 되면 휴대폰은 단순한 음성 통화기기가 아니다. 일종의 문화 상품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진 3세대(G)에 들어선 더욱 그러하다. 휴대폰으로 찍은 화면을 실시간으로 웹에 올리는 시대다.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로 인해 문화 체험은 더욱 폭넓어졌다.
그런데 아직 소비자는 이런 데 지급하는 비용을 문화비로 보지 않고 통신비로만 본다. 전철 안에서 휴대폰으로 수다를 떤 여학생도 아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교제비도 폭넓게 문화비에 포함시킬 수 있다.
요즘 통신요금 인하 논쟁이 치열하다. 인하해야 한다는 소비자단체나 그럴 수 없다는 사업자가 내세운 논리 모두 일부분 설득력이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합리적인 논쟁이 아닌 감정 싸움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이다. 과연 통신비냐 문화비냐, 문화비 요소가 있다면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합리적 논쟁의 출발점이 아닐까.
신화수 u미디어팀장@전자신문, hs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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