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30일 서울디지털포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얘기다. 전 세계 인터넷 시장에서 갖는 구글의 입지를 감안하면 국내 거의 모든 언론의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하다. 간담회장에는 오프라인, 온라인, 방송 매체를 막론한 200여명의 기자들이 모여 대표 웹2.0 기업 수장의 말을 경청했다.
하지만 간담회가 끝나고 든 느낌은 조금 심하게, 속되게 표현하면 ‘낚였다’다. 이날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별 국가에 특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선보였다지만 5%도 안 되는 구글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을 고려하면 그것은 구글이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연히 밟아야 하는 마케팅 과정일 뿐이다. 소개 내용도 그냥 ‘이런 기능을 넣었다’ 수준에 머물렀다. 게다가 슈미트 회장은 UI 개편 설명까지 구글코리아 사장이 진행하도록 해 기자간담회에 성의 자체가 없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이어진 질문답변 시간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슈미트 회장은 “한국은 기술 수준이 높고 엔지니어링 문화가 성숙됐으며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한국에서 전개할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일언반구도 비치지 않았다. 또 슈미트 회장은 “한국 시장에는 한국에 맞는 기술이 필요하고 이를 포괄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한국과 관련된 질문에 관해서는 항상 구글코리아 사장에게 답변을 넘겼다. 구글코리아 사장 역시 “구글의 철학은 사용자 중심”이라고 얘기했지만 이 말은 구글이 창업 초기부터 강조해 왔던 말일 뿐이다. 예정된 시간도 빡빡한 일정 때문에 단축했다. 짧아진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 수장치고 내용이 없다는 게 문제다. 구글코리아와 슈미트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마케팅에 이용하려고만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기업이 소소한 전략까지 언론에 시시콜콜 말해 줄 의무는 없다. 언론의 높은 관심을 이용해 구글을 널리 알리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세계 디지털 경제에서 구글의 상징성을 감안한다면 미래 비전에 대한 더욱 알찬 발표와 성의 있는 답변이 못내 아쉬웠다. ‘사용자 중심’이 모토라면 언론을 통해 사용자에게 앞으로 한국에서 어떻게 사업을 펼치겠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줄 수는 없었을까.
최순욱기자·u미디어팀@전자신문,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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