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바커스의 선물

 국세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주류 출고량은 총 316만8000㎘로 전년의 309만3000㎘보다 2.4%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양을 쉽게 설명하면 19세 성인 한 명당 맥주는 연간 79.79병, 소주는 72.42병, 위스키는 1.72병을 마신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에서도 한국은 ‘15세 이상 1인당 술 소비’에서 슬로베니아에 이어 2위를, OECD 회원국 중에서는 1위를 차지해 ‘술고래 국가’의 불명예를 안은 바 있다.

 얼마 전 외신은 ‘소프라노스’ ‘섹스 앤드 더 시티’ 등의 드라마로 유명한 미국 케이블TV 채널 HBO의 회장 겸 최고 경영자(CEO)인 크리스 알브레이트가 여자친구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어 결국 회사에서 쫓겨났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배후에 알브레이트는 주벽이 있어 무려 13년간이나 술을 끊었다가 최근 다시 술잔을 손에 들기 시작했으며 이날도 술을 마신 게 원인이었다고 한다. 또 연일 신문에 등장하고 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도 그 발단은 자식의 술 때문이었다. 결국 국내 재계 순위 10위의 재벌 회장이 영어의 신세가 되는 ‘험한 꼴’을 보는 것도 원인은 술이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긴장을 풀어 주고 사람들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지만 지나치면 패가망신한다. 그리스인들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인간에게 술을 선물한 바커스(Bacchus)의 조종을 받아 자신 마음 속의 진실을 이야기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른바 ‘In Vino Veritas-취중진담’이다. 반면 지나친 음주는 몸에도 해롭지만 일시적으로 뇌를 마비시켜 이성을 잃게 한다.

 “우리가 방송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어느 것이 뜰 줄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본능·직관·정보를 이용해 고급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후 당신 자신을 믿어라.” 미국의 경영잡지 비즈니스2.0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50인에게 던진 2007 성공키워드에서 크리스 알브레이트가 밝힌 말이다. 한때 할리우드 파워 리스트에서 연예인이 아닌 경영자 부문 영향력 1위에 올랐던 그다. 자신의 직관을 너무 믿었던 것은 아닐까. 술술 잘 넘어간 데서 술이라 했나. 앞으로 조심하고 먹을 일이다.

홍승모 글로벌팀장 sm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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