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대회 수상을 휩쓸어 발명왕으로 떠오른 한 학생은 그 비결로 메모의 습관을 꼽았다. 빗자루 솔이 구석진 곳까지 닿지 않는 것을 보고 작은 붓을 덧달아 만든 빗자루나 길이 조절이 가능한 자전거 잠금장치, 손이 보호되는 캔 뚜껑 등이 모두 메모에서 탄생한 발명품들이다. 모두 생활 속의 불편을 개선한 아이디어다. 길을 걷거나 밥을 먹을 때나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불편함을 메모했기 때문. 그래서 그는 늘 수첩을 갖고 다닌다. 발명 수첩만 3권이다. 위대한 발명도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되는 걸 보면 메모를 쉽게 볼 건 아니다.
아닌게 아니라 메모하는 습관을 가진 CEO들도 적지 않다. 대화 중에도 ‘잠깐만요∼’ 하면서 수첩을 꺼내 기록을 한다. 어떤 CEO는 유머까지도 메모한다. 강연이나 직원과의 대화에서 유머를 많이 알아놔야 대화가 부드러워지는데 메모를 하지 않으면 정작 써먹으려고 할 때 머리에서만 맴돌고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KT가 문을 연 고객가치혁신센터(CVIC)라는 곳을 가봤다. 요즘 통신사업자들이 워낙 시장이 정체되고 새로운 동력이 없으니 한번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신사업을 구상해 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센터에 들어가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건 왼쪽에 자리잡은 와인바. 통신업체 사무실이라고는 생각히기 힘든 파격적인 구성이었다.
그런데 1시간 정도 찬찬히 돌아보니 다시 눈에 들어온 건 각종 메모지와 메모 기구들이다. 전화기 옆과 책상, 스탠드 조명 뿐만아니라 사무실 공간 전체가 거대한 메모지나 다름없었다. 메모할 수 있는 테이블, 화이트보드 기능을 할 수 있는 벽면, 아이디어 개념을 그릴때 필요한 대형 롤메모지 등등. SK텔레콤이 운영하는 HCI센터 역시 마찬가지다. 온 벽면에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았다. 한걸음 옮길때 조차도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하라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물 밖에 나온 고기와도 같아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싱싱함을 잃어버린다. 물론 메모는 메모일 뿐이다. 되새김질하지 않으면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통신사업자들의 새 동력이 발굴되는 날, 그 아이디어의 원천이 된 작은 메모지를 보고 싶다.
조인혜차장·u미디어팀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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