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국내 한 유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통신위원회’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휴면요금’ ‘이동전화 미환급 정보조회’ 등이 1∼4위에 올랐다. 관련 검색어로 ‘한국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부’도 10위권에 올라왔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포털 사이트에도 엇비슷했다. ‘∼통신’이라는 단어가 인기 검색어가 된 것은 이날 통신위원회와 이동통신사들이 이른바 ‘더 낸 이동전화 요금’을 이용자들에게 되돌려주는 환급시스템을 구축했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작 그 시간 보도자료를 낸 통신위원회와 통신사업자 단체인 통신사업자연합회의 홈페이지는 환급시스템이 다운돼 있었다. 시스템은 사실 뉴스가 나온 직후인 10시경부터 이미 불통상태였다. 자신의 미환급액을 알아보려는 네티즌들의 접속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오후에도 일시적인 복구와 접속장애가 반복됐다.
통신위 관계자는 “동시 접속자 수를 1만2000건 정도로 예상하고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처음부터 1만5000∼1만6000건 정도가 접속, 접속자 수 모니터링도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통신위는 뒤늦게 서버를 임시 폐쇄하고, 안내문 고지·전용회선 보강 등의 후속작업에 나섰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4000만이고,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도 3000만을 넘어섰다는 정부 통계가 있다. 그만큼 일반인들의 통신 요금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통신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까지 겹쳐 통신요금 자체가 민감한 사회적 이슈가 돼 있는 상황이다. 무려 300억원에 달하는 요금 환급에 접속자가 폭주하리라는 것은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다. 정부가 통계수치 발표에만 급급했지 실제 업무에 활용할 줄 몰랐다거나, 최소한 준비가 부족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요즘처럼 투명한 통신 만능의 시대에 정부기관의 안이한 준비는 한두 번이 아니다. 얼마 전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주민번호가 사용된 내역을 확인해 주는 ‘주민번호 클린캠페인’도 행사 첫날부터 불통 사태를 치렀다. 네티즌들의 불만이 쏟아진 것 당연한 일이다. 좋은 정책을 펴면서도 사소한 준비 부족으로 비난을 받는 정부 당국자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만 하지 말고, 튼튼한 외양간부터 짓는 정부를 기대한다.
권건호기자·정책팀@전자신문, wing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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