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기술 유출`파문]`핵심` 샐땐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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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브로 기술 해외유출 기도’ 사건은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시장을 만들어 가는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만약, 해외 경쟁업체로 와이브로 기술이 넘어갔더라면 경쟁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인해 수출 확대와 특허권 행사에 큰 차질을 빚을 뻔했다.그러나 관련 업계와 기관들은 기술 유출 시도를 사전에 차단해 진행중인 연구개발이나 수출 활동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건 개요=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이제영 부장검사)에 따르면 와이브로 개발업체 포스데이타 전·현직 직원 4명은 미국에 I사를 설립하고 와이브로 핵심 기술을 컴퓨터 외장 하드디스크나 e메일 등을 통해 빼내려 했다. 특히 이들은 포스데이타 핵심 연구인력 30여명을 스카우트해 I사에 취직시켜 와이브로 기술을 완성한 뒤 미국 통신업체에 1800억원에 매각할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유출을 시도한 기술은 와이브로 개발과정의 기술분석 자료인 ‘테크니컬 메모’와 와이브로 기지국 성능을 좌우하는 ‘기지국 채널카드’, 와이브로 장비 기술을 세부적으로 디자인한 설계문, 장비 전반에 대한 테스트 결과 등이다. 이 가운데 일부가 미국 I사로 넘어갔지만 핵심기술은 I사 한국연락사무소에서 미국으로 유출되기 직전에 막을 수 있었다고 검찰측은 설명했다.

◇포스데이타 피해 및 대응=포스데이타는 이미 올초부터 퇴사직원들이 기술을 절취하려는 구체적인 사실을 포착하고 국가정보기관과 협력해 왔다고 밝혔다. 전문 조사 컨설팅 업체를 통해 관련 증거를 확보, 지난 10일에 이미 기술 절취를 시도한 미국 실리콘밸리 I사를 상대로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또 미국법에 따라 형사 고소도 추가할 예정이다.

포스데이타 관계자는 “자체 정보보호시스템을 통해 와이브로 기술을 부당 절취하려 시도를 사전에 파악, 대응해온 만큼 이번 사건으로 인한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며 향후 연구개발 활동에도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와이브로 사업 차질 없나=포스데이타는 연구개발비 900억원과 170여명의 연구인력을 투입해 와이브로 기술을 개발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상용화 성과나 레퍼런스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전·현직 연구원들이 연계된 기술 유출 사건까지 불거져 와이브로 연구개발 및 상용화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됐다.

구속자 가운데 핵심 기술 개발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브로 기술 자체보다 엔지니어의 관련 노하우가 더 핵심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포스데이타 측은 그러나 “핵심 기술 유출 시도를 사전에 차단해 장비 상용화나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라며 “미국, 일본 등 전세계 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도 계속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국내 와이브로 산업에 미칠 악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관측됐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차세대 통신시장에서 와이브로는 이미 단일 업체 차원을 넘어 글로벌 업체들이 참여하는 세계 표준기술로 자리 잡았다”라며 “삼성전자, KT 등 상당수 국내 기업들이 다양한 특허를 확보해 와이브로를 국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자 여부 가려내야=와이브로 핵심 기술이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나 안심할 수 없다.

피의자 일부는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미국 통신업체에 기술을 매각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업체인지, 어느 정도까지 교류가 있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미국 I사는 이번 검찰의 사전 적발과 포스데이타의 미국내 민형사 소송 제기 등으로 기술 매각 자체가 어렵게 됐다. ‘장물’을 살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버전 기술이어서 가치도 떨어진다는 평가다.

그렇다 해도 이제 막 와이브로 상용장비 개발에 들어간 외국 기업에겐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와이브로 기술 수요가 북미를 시작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3월 미국 통신사업자 S사는 와이브로 상용화 계획 일정을 밝히면서 기존 장비 공급업체였던 국내 S사 외에도 해외 M사와 N사를 추가로 발표했다. 또 중국 모사도 단말 납품자로 선정됐다.

브라질,호주,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올해 상용화를 추진중이다. 이들 시장에 관심을 가진 외국 장비업체에게 기술을 팔거나 합병하기 위해 피의자들이 I사를 설립한 것으로 추정됐다.

혐의의 경중을 가려내기 위해서라도 실 수요자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느 정도까지 접촉이 이뤄졌는지 밝혀야 할 대목이다. 업계가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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