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롱테일 법칙이다. 롱테일 법칙이란 인터넷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마케팅 개념으로 ‘80%의 사소한 고객 또는 사업이 20%의 우량고객 혹은 핵심사업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는 뜻이다. ‘매출의 80%를 20%의 우량고객이 좌우한다’ 혹은 ‘생산량의 80%를 20%의 우수사원이 이뤄낸다’는 인터넷 붐 이전 비즈니스 세계에서 통용돼 온 파레토 법칙을 뒤집는 개념이다.
구글의 검색사업에서 매출에 기여하는 고객들은 포천 500대 기업에 소개되는 우량기업이 아니라 동네 꽃집, 빵집과 같은 군소업체들이다. 아마존 전체 수익 중 절반 이상이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반스앤드노블에는 진열조차 되지 않은 비주류 단행본이나 희귀본이 차지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최근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또 다른 20% 논리를 꺼냈다. 유튜브 등의 저작권 침해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의 일부다. 브린은 “구글은 책·음악·동영상 등 콘텐츠의 저작권을 존중해 왔다”고 강조하며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개인적인 부분을 뺀 데이터 전반을 늘 모니터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구글이 전 세계 지식을 온라인으로 집대성하는 과정에서 창조적 무질서가 자리잡을 소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슬쩍 덧붙였다. 브린은 “균형을 흩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어느 정도의 ‘혼돈(카오스)’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회사를 운영할 때 항상 20%의 혼돈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얼핏 저작권 침해에 대한 변명같이 들리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구글의 경영철학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구글은 평소 직원들에게 업무 시간의 20%는 본연의 업무와 관계없는 일을 하는 데 보내도록 독려한다고 한다. 늘 하는 일에서 벗어나 머리를 식히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직원들의 창조성을 발현시키기 위한 정책이란다. 얼마 전 방한한 구글의 웹마스터 데니스 황(29·한국이름 황정목)도 이 20% 정책에 따라 업무 외에 홈페이지 로고 디자인을 연구했던 게 좋은 결과를 얻어 오늘날 구글의 유명한 ‘기념일 로고’를 탄생시키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창조를 위한 20%의 혼돈.’ 한국의 구글을 꿈꾸는 수많은 우리 벤처 CEO들이 새겨들어야 할 얘기다.
조윤아기자·글로벌팀@전자신문,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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