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실한 게임업체들이 자본시장 진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매출이나 영업이익률이 제조업 평균보다 높은 게임업체들이 적지않은데도 코스닥 등 자본 시장 진입이 쉽지않고 벤처캐피털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견실한 게임업체들이 자본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코스닥위원회가 제시하고 있는 ‘게임업체 상장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상용 서비스가 최소 2개 이상 있어야 하는데,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는 게 힘들다고 한다. 다른 경영 지표들은 양호한데도 캐시카우가 되는 상용 서비스가 2개 이상 안되면 상장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상장 요건을 맞추기 힘들자 자금력을 바탕으로 우회상장을 모색하는 게임업체들이 적지않다고 한다. 궁여지책으로 우회 상장을 시도하고 있으나 최근 코스닥 지수가 700선을 오르내리면서 우회 상장의 표적이 되고 있는 코스닥 상장업체들의 주가가 덩달아 올라 인수가격이 상승 추세에 있다. 게다가 우회 상장을 보는 외부의 시선이 별로 호의적이지 않아 이래저래 게임업체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닥위원회가 게임업체들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 특정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을 경우 투자자들이 본의 아닌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상장요건을 마련했을 것이다. 과거 특정 외국산 게임의 흥행에 힘입어 코스닥 상장을 시도했던 모 업체가 이런 이유로 상장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왜 코스닥위원회가 이 같은 규정을 마련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다른 코스닥 상장업체와 비교해 경영지표가 좋은데도 게임업계에만 적용되는 상장요건 때문에 코스닥 상장이 어렵다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모 게임업체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260억원을 넘고 영업이익률 70%를 웃돌았는데도 게임업계 상장요건을 맞추고 있지 못하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견실한 게임업계의 이 같은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선 코스닥 진입의 문턱을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 대신 퇴출 규정을 강화하면 된다. 코스닥시장은 IT산업 활성화를 위해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대신 부적격 기업에 대한 퇴출도 빠르게 진행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이런 원칙을 게임업체에도 적용할 때가 됐다. 유독 게임업계에만 상장요건을 심하게 적용하는 것은 코스닥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이는 콘텐츠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게임업계의 건전한 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최근 몇 년 새 액토즈소프트가 중국 샨다에 넘어가고 그라비티가 소프트뱅크에 넘어간 것은 게임업계에 자본 투자 및 회수에 관한 선순환 시스템이 부재했던 데 어느 정도 원인이 있다.
현행 상장 요건을 계속 끌고 갈 경우 견실한 게임업체의 투자 통로를 봉쇄하고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기회 박탈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상장 요건을 완화할 경우 상장에 성공한 게임업체들의 실적악화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코스닥시장의 전반적인 건강성을 유지하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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