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어느날 오후 4시. 정보통신기술(ICT) 기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기 위해 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수업이 끝났지만 학교는 아직 시끌시끌했다. 방과후 학습을 마친 컴퓨터실에서는 한 무리의 어린이가 재잘대면서 나와 신발을 바꿔 신고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아침부터 북적였던 학교가 이제 좀 조용해졌을까 했는데 기자와 만나기로 했던 이 학교 정보부장 김모 교사와 이모 전산보조원이 서둘러 컴퓨터실로 들어갔다. 김 교사는 전산보조원과 얘기를 나눈 뒤 컴퓨터실 앞에서 기자에게 하소연부터 했다.
“전산보조 선생님 너무 고생을 많이 하세요. 급여도 적고 고용도 불안정한데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어요. 컴퓨터와 교사 이야기도 좋지만, 전산보조원 얘기도 꼭 기사에 써주세요.”
보통 전산보조원의 급여는 월 100만원도 안 되고 하루 노동시간도 10시간이 넘는다.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 까지 TV·PC·모니터 등 각종 기자재의 물리적인 고장뿐 아니라 수업 시간에 계속 발생하는 소프트웨어(SW) 충돌, 학생들의 오작동에 의한 오류까지 하나하나 손봐야 한다.
“수업 중에 아이들이 ‘선생님, 여기 안 돼요, 고쳐주세요!’라는 소리가 계속 나옵니다. 전산보조원 아니면 ICT 활용은 꿈도 못 꿔요. 처우는 안 좋은데 너무 혹사하는 거 같아 미안할 따름입니다.”
김 교사는 이씨 이전에 있던 전산보조원도 2개월 만에 그만두고 전직했다는 얘기를 했다. 비정규직에 저임금이다 보니 학교에 꼭 필요했지만 붙잡을 명분이 없었다고 전했다. 전산보조원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친절한 교사기도 하다. 컴퓨터에 대해서는 담임 선생님보다 많이 알다 보니, 전산보조원은 그때그때 현장에서 ‘원 포인트 레슨’을 해주는 등 교사 못지않은 역할을 한다.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촌지 때문에 휴무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전산보조 선생님’은 그날 조그마한 꽃이나 사탕 한 개라도 받을 수 있을까. 예산문제, 비정규직 법안 등 복합한 문제로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목소리도 현재로서는 비현실적일 수 있다. 그러나 교사·학생·학부모·정책 당국 등은 전산보조원을 ‘보조’로만 볼 것이 아니라 ICT 활용 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선 스승의 날에 그들에게 수고한다는 인사 한마디부터 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규태기자·온라인/탐사기획팀@전자신문,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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