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사를 운영하는 이모씨. 관리해야 할 고객 수 증가와 함께 내부 경영 업무가 늘어나면서 정보시스템을 빌려서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불과 며칠 만에 고객관리에 필요한 CRM은 물론이고 회계·세무관리 등 경영전반에 필요한 IT환경을 입맛에 맞게 완벽하게 구축, 활용하면서 업무효율뿐 아니라 높은 매출효과도 보고 있다.
위에 제시된 간단한 정보화 사례는 언뜻 보기에 단순하고 평범한 내용 같지만 한 단계 깊이 내용을 이해하면 향후 정보화시장을 주도하게 될 ‘IT서비스화’ 혹은 ‘IT 유틸리티화’라는 큰 물결의 서막임을 알 수 있다. 제반 서비스 기능을 모듈화해 서버에 비치해 두고 인터넷이 연결되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민첩하게 대응하게 해 주는 SaaS(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정보화 방법으로 자리 매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미래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유연하고 민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화된 정보기술 상품을 요구하고 있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과 비즈니스 세계는 SW·서버·네트워크 등의 IT자원을 하나의 통합된 서비스 상품으로 이해하고 구매하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으며, 이와 같은 통합서비스 사업자와의 계약을 통해 실제로 사용한 양만큼만 비용을 지급하는 경제적 손익에 대한 평가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유지돼 온 정보기술 제품(패키지 등) 혹은 정보화 시장(시스템서비스 등)은 더는 공급자의 일방적 지배력에만 의존하지 않게 됐다. 바야흐로 ‘IT서비스화’ 세상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면에서 90년대 말, 초기의 ‘IT서비스화’의 한 방안으로 사용되던 ASP 명칭도 지금은 SaaS(Software as a Service)라는 명칭으로 바뀌었다.
지난 수년 간 시장에서 검증된 ASP(SaaS) 정보화 방안은 기존의 정보화 방법에 비해 4∼5배 이상의 비용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가트너 보고서에 의하면 SaaS는 향후 3년 동안 기존 방식의 SW보다 7배의 속도로 성장하고 2009년까지 새로 진출하는 SW 업체의 과반수 이상이 SaaS 유통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aaS 기반 기술로는 SOA·웹서비스·온디맨드 등이 핵심 기반기술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SW 비즈니스 경쟁력의 핵심인 가격·라이선스·유통(딜리버리)이라는 면에서 혁신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 대 다수의 비즈니스모델이라는 점, 가입(subscription) 기반의 이용 방식이라는 점, 온라인 유통방식이라는 세 가지 특성 때문에 IBM·선·오라클·SAP 등 글로벌 IT기업은 이러한 기술에 기반을 둔 솔루션을 선보이면서 서로 앞다퉈 SaaS 시장 진출을 선언, 차세대 SW유통의 대안으로 세계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미래 기업의 비즈니스 성공은 빠르게 변하는 시장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는 IT환경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다양한 레거시 시스템과의 연동 및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수용 등 SW 이용자에 대한 사용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SOA·웹서비스·온디맨드 기반의 SW 아키텍처 및 유저인터페이스 개선 같은 기술적 뒷받침이 없다면, 이용기업(고객)의 사용성에 구조적으로 아주 큰 제한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IT업계는 향후 IT서비스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 보다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IT 서비스기술과 시장의 발전은 하드웨어 중심인 우리의 인터넷강국을 SW와 결합된 지식기반의 인터넷강국으로 바꾸어 놓는 견인차가 될 것이다.
◆김규수 한국IT렌탈산업협회 부회장 kskim@kitr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