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행객이 그 나라를 처음 만나는 경험은 바로 화폐일 것이다. 각 국의 정치·경제·문화·사회상 등 모든 부문을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문화재·자연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009년 초 5만원·10만원권을 새로 발행할 예정인 가운데 이 고액권 화폐에 모실 인물과 위폐 방지 기술 등이 화젯거리다.
고액권에 과기계 인물에 누구를 넣어야 하는지가 당장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그동안 ‘세종대왕’은 최고액 1만원권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외국에는 꼭 고액권이 아니더라도 화폐에 등장하는 과기계 인물이 많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한 이태리 과학자 갈릴레이를 필두로 독일의 위대한 수학자 가우스, 프랑스의 퀴리 부부 등이 그 나라 국민의 과학기술 자긍심을 높여 준 사례다. 에디슨과 함께 당대 미국의 과기계를 풍미한 세르비아 출신 교류(AC)전기의 아버지 니콜라 테슬라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영실·최무선·우장춘·허준·이휘소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과기계에서 별다른 제안까지는 하지 않은 모양이어서 한국은행 임의로 선정하도록 놔둬야 하는지 모르겠다.
또 다른 우려는 아무래도 위폐 제작 가능성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위폐는 물론 미국 달러다. 북미 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신경전에 위조달러 문제가 끼어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래 전 호주 방문 시 시드니의 한 은행 창구직원에게 100달러를 바꿔달라고 하자 화폐첩을 가져 와 100달러 지폐와 한참 대조한 후 잔돈을 거슬러 주던 기억이 새롭다.
위폐방지를 위해 각 국 정부는 갖가지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금속선을 넣거나 금속 박 위에 동영상그림을 올려 붙이기도 한다. 호주달러의 재질은 특수 비닐이다. 스위스 프랑은 첨단기술로 고액권을 위조하기 어렵게 만든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50프랑화를 보면 화폐 표면에 레이저를 쬐어 빛각도에 따라 표면 그림이 보이도록 했고 특수 컬러 변환 잉크를 사용했다. 그 스위스조차도 이 기술의 보편화에 따라 다른 위폐방지 기술을 사용하려 할 정도란다. 한은의 어려움을 이해할 만 하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3차원 영상부양기술들이 개발된만큼 고액권 발행에 따른 위폐문제는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다행이다.
이재구 콘텐츠팀장@전자신문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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