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 이후 우리 산업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사와 보도자료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또 협정 발효를 위한 관련 법령·제도 정비 이슈도 함께 제기돼 각종 단체에서 검증에 열을 올리는 양상이다. 이러한 분석과 검증 잣대는 국가의 이익이라는 대전제 아래 산업별·품목별·기업별 이익과 손실을 산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협상이 국민에게 보장된 헌법적 가치 측면에서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한국과 미국 간에 무역장벽이 허물어져 자유로이 교역을 할 수 있어서 국익을 위해 양보해야 할 국민적 가치는 없을까? 이번 협상 결과 중 금융부문 결과를 들여다보면 지금과는 달라질 몇 가지 변화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단적으로 금융정보의 해외위탁 처리를 개인정보보호 등을 위한 금융감독을 전제로 2년 유예 후 허용하기로 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당국은 △개인정보보호 △위탁받은 금융정보의 재판매를 포함한 재사용 금지 △우리 금융감독당국의 해외수탁기관에 대한 검사권 수행가능 △적정한 수준의 전산시설 유지 등의 건전성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2년의 유예기간 동안 미국 제도를 연구해 마련하기로 했다. 위 협상결과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에서 수집된 개인정보를 포함한 금융정보에 대한 해외 위탁처리가 가능해졌으며, 이는 해당기관 본점뿐만 아니라 금융정보처리기관도 참여가 가능하다.
국내에서 수집된 개인정보란 은행이 보유한 개인·기업의 계좌정보, 보험회사가 보유한 가입자 정보, 신용카드사가 보유한 카드 결제내용, 증권사가 보유한 기업 및 개인 거래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즉 국내 금융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는 주민등록번호를 중심으로 거주지 정보부터 시작해 신상정보를 포함한 부동산, 의료 및 신용정보에 이르기까지 국내 최대의 데이터베이스다.
특히 정부는 국민의 민원 편의성을 위해 행정정보공동이용법을 기반으로 은행·보험·증권사에 70여종의 정보 보유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온라인으로 개인의 동의를 얻어서 제공할 예정이다.
이러한 막강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의 해외 처리 및 위탁을 위해 금융감독당국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겠다. 먼저 개인의 동의 절차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동의 절차에서 앞으로 개인정보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음을 분명히 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제정된 애국법(Patriot Act)을 기반으로 수사기관이 국가안보서한(National Security Letters)을 사용해 법원 승인을 받지 않고 은행, 신용 카드회사, 신용 정보국, 전화 회사 및 인터넷서비스 회사에서 기밀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했다. 또 이러한 내용을 고지하지 않도록 명령할 수 있다. 또한 미 재무부는 애국법이 부여한 위조 및 돈세탁 방지활동 권한에 따라 은행 및 금융기관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금융감독기관은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 고객이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도록 창구지도가 이루어져야겠다.
둘째, 해외 처리 및 위탁된 정보에서 사생활 침해와 관련한 분쟁 발생 시 재판관할권을 어느 지역으로 할 것인지 일괄적으로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피해 구제를 위해 미국 법원을 이용해야만 한다면 피해자의 실질적인 접근이 어려울 것이다. 또한 법적 대응을 위해 우리 수사기관이 조사 시 압수수색에 대한 협조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셋째, 개인정보의 해외 처리 및 위탁을 더욱 구체적으로 규정한 내용을 포함한 개인정보보호법안이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돼 법적 대응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간 개인정보 처리, 위탁 및 이전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전문조직이 구성돼야 하겠다.
IT 투자에 부담이 적어진 해외 금융사들이 한국 시장에 매력을 느끼고 합작보다는 직접 진출을 통해 본점의 IT 인프라를 활용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것이 보편화될 때 부딪힐 많은 부정적 요소를 사전에 점검하고 빠짐없이 준비하는 길만이 이번 협정을 통한 이익을 극대화하고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이경호 컨설팅하우스 대표 klee@consultinghous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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