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아이들 교육 때문에 참여하게 됐어요. 이제는 제법 멋진 엄마라는 소리도 듣는답니다.”
9년 전 국제결혼과 함께 한국에 정착하게 된 체체그수렌씨(35)는 자리에 앉자마자 환한 미소로 “컴퓨터 교육에 참여하면서 실제 생활에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굳이 외국인이라고 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친근한 얼굴의 그녀는 몽골 출신으로, 지난해 처음 충북 청주 여성인권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1년여 넘게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그녀는 이제 전체 교육생 중에서도 수준급의 인터넷 항해 실력을 자랑한다.
“여기 나오기 전까지는 집에 컴퓨터가 있어도 어떻게 사용하는지 방법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집에서 컴퓨터로 고향인 몽골 소식도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요즘 인터넷에 푹 빠져있다. 굳이 가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몽골, 베트남 등 세계 각국의 소식을 환하게 꿰뚫고 있다. 물론, 아이들 교육에 필요한 정보도 빠뜨리지 않는다.
충청체신청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이주여성 정보격차 해소 사업이 점차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충북 이주여성인권센터는 충청체신청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충청권역 3대 정보화 사업 교육장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정보화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10여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이지만, 그 어느 곳보다 교육 열기는 뜨겁다. 현재 이곳에서는 90여명의 외국인 이주 여성들이 매주 2회 실시되는 정보화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센터는 윈도, 인터넷 등 컴퓨터 활용 기법 교육과 함께 한글 교육도 병행해 실시, 교육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말도 다르고, 국적도 다른 여성들의 국경을 넘는 연대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모임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곳에 오면 외국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어 좋습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익숙지 않은 한글도 배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앞으로 자주 나올 생각입니다.”
베트남 출신의 김지하씨(43)는 지난달부터 정보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인 남편을 따라 이곳에 정착한지 19년째를 맞이한 그녀는 베트남 친정 식구들과 컴퓨터 영상 대화도 할 정도로 인터넷에 익숙하지만, 한국어와 한글은 여전히 넘기 어려운 어려운 존재다. 그동안 수차례 공중파 방송에 방영됐을 정도로 성공한 이주 여성상을 정립해 가고 있는 그녀는 “정보화 교육에 참여하면서 한글도 함께 배울 수 있어 너무 좋다”고 열심히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또 다른 교육생인 버디지믹씨(43)도 배움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김지하씨와 정보화 교육 프로그램 동기생인 그녀는 아직 한국어가 서투르다. 그녀는 “최근 컴퓨터 자판 연습하면서 한글이 많이 늘었다”며 “인터넷은 아직 한참 배워야 할 것 같지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시골에는 컴퓨터 없는 집이 많습니다. 정부에서 좀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체체그수렌씨는 “타자 연습을 하기 위해 종이 자판을 가져가서 연습하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면서 “요즘 시골에 젊은 이주 여성들이 많이 오는데 컴퓨터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이뤄지기를 희망했다.
교육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충북 이주여성인권센터 남옥순씨는 “교육 시간이 되면 컴퓨터가 있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교육생들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컴퓨터가 턱없이 부족해 먼저 오는 사람이 임자인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현재 6대뿐인 컴퓨터만으로는 이주 여성들의 배움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더 많은 이들에게 배움의 시간을 줄 수 있도록 교육 사업을 확대해 주길 바라는 남씨의 제안에 유한근 충청체신청 정보통신팀장은 “이처럼 이주 여성들의 배움에 대한 열기가 높은 줄은 몰랐다”며 확대 의사를 강력하게 비쳤다.
청주=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이주여성 정보화교육이란
이주 여성 정보화 교육사업은 농·어촌 노총각들과의 국제결혼으로 인해 국내에 정착하게 된 외국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 교육사업이다.
최근 수년간 많은 이주 여성들이 국내에 정착해 살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임을 감안해 충청체신청이 발벗고 나섰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문자 교육의 효율성 증대와 정보 격차 해소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 이 사업의 주 목적이다.
◇어떻게 운영되나=충청권내 3개 지역에서 이주정보 정보화 교육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충남 천안외국인노동자센터, 충북 청원 옥산지역아동센터, 충북 이주여성인권센터 등 3개 사회봉사센터를 교육기관으로 선정, 2년 전인 2005년부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 교육기관에는 PC, 소프트웨어, 프린터, 빔프로젝트 및 네트워크 장비 등을 구축, 학습에 어려움이 없도록 인프라를 갖췄다.
◇어떤 교육을 하나=윈도, 인터넷 등 컴퓨터 활용에 필요한 기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기관마다 전문 강사를 채용,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주 여성들이 한글에 익숙지 않은 점에 착안, 한글 교육도 병행해 추진하고 있다.
◇신청방법=해당 지역 교육기관에 전화나 직접 방문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또 정통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운영하고 있는 홈페이지 ‘컴사랑 글사랑(http://www.ganada.or.kr)’이나, 충청체신청 홈페이지(http://www.ccpost.go.kr)을 통해서도 자세한 교육 내용을 안내받을 수 있다.
◆인터뷰-이계순 충청체신청장
“문화적, 언어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 여성들이 정보화 사회의 공동체 일원으로 한국사회에 조기 정착해 나갈 수 있도록 정보화 교육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이계순 충청체신청장(48)은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나라의 앞선 정보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더 많은 이주 여성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도 사회에서는 이주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고, 많은 이주 여성들이 가족들의 이해 부족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있다”며 “이주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족과 친지 등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하고 따뜻한 디지털 세상 구현을 위해 소외된 이주 여성 뿐만 아니라 장애인, 어르신, 저소득층 계층이 보다 양질의 정보통신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겠습니다.”
이 청장은 “올해 PC 보급사업 확대와 PC 정비 순회 봉사단 운영, 장애인을 위한 멘토링제 운영 등을 통해 정보 격차 해소 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지역병원과 연계한 장애인 대상 무료 건강검진, 지자체와 연계한 정보통신 보조기기 전시회 등 다양한 디지털 문화 행사도 병행 추진함으로써 정보문화 확산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화 역기능 해소사업도 이 청장의 주된 관심 사업 중의 하나다.
그는 “무슨 일이든 양면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정보화에 따른 역기능 예방을 위해 교육청과 연계한 사이버 클린 시범학교, 인터넷 중독 예방 학부모교실, 인터넷 쉼터 캠프 등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고, 단기적인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이 청장은 “경영평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고객 만족 평가”라면서 “전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사업에 참여토록 유도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인다면 자연스럽게 고객 만족도 역시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역설했다.
그는 “어떤 사업이든 결과보다 이뤄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며 “국민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직원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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