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協商, negotiation)은 기술과 전략이 필요하다.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데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대가 최강국이라면 더욱 어려운 기술을 필요로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리냐 명분이냐의 기로에 서기도 한다.
한 가지 좋은 예가 있다. 한·중·일 3국 사람이 온갖 지독한 악취가 풍기는 닭장 안에서 누가 오래 있나 시합을 했다고 한다. 세 사람이 동시에 닭장에 들어갔다. 그런데 몇 분이 채 안 돼 일본 사람이 코를 막고 뛰쳐나왔다. 한참 있다 한국 사람이 거의 초죽음이 돼서 나왔다. 하지만 중국 사람은 한참이 지나도 나오질 않았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중국 사람이 지치고 초췌한 모습으로 달걀 하나를 들고 나왔다. 중국 사람은 이왕 들어갔으니 끝까지 기다려 달걀이라도 한 개 가져오는 것이 이익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국 사람은 결국 고약한 냄새가 나는 곳에서 고생만 실컷 하고 실리도 얻지 못하고 나왔다. 일본 사람은 실리는 못 얻었어도 고생은 하지 않았다.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그런 점에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측은 협상장에서조차 시한에 쫓겨 있는 대로 ‘패’를 다 보여줬다. 협상 전략을 담은 문건이 그대로 국회를 통해 유출돼 미국 측에 전달됐는가 하면, 일부 언론은 이런 내용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반면에 미국 측은 협상 시한을 연기하면서 ‘협상이 깨질 수도 있다’고 우리 측을 몰아붙이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했다. 우리 측이 협상 마감시간을 3월 31일 오전 7시로 보고 히든카드를 내보인 순간 미국 측은 48시간 연장카드 하나로 우리 측 의도를 간파했다. 무역촉진권한(TPA)이라는 절차를 적절히 활용한 탓이다.
협상은 그래서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상대가 최강국이다.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최선의 방법은 물론 실리와 명분을 모두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명분을 취하고자 하면 실리를 양보해야 하고 실리를 얻고자 하면 명분을 접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FTA 협상으로 사회·경제적 대격변이 불가피하다. 득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미처 간과했거나 손실이 예상되는 경우는 특단의 추가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쯤이면 ‘실리를 많이 확보하면 명분은 절로 따라온다’는 중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한번쯤 음미해볼 만하다.
박승정 솔루션팀장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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