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기술경영(MOT)은 기업성패의 관건

Photo Image

연구개발(R&D)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일수록 기업의 성과가 좋을까? 정답은 놀랍게도 ‘아니다’이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부즈앨런&해밀턴이 전 세계 1000대 R&D 투자 기업을 분석한 결과 투자규모와 기업 성과 간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한다. R&D 투자를 ‘얼마나 많이’ 하는 것보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기술경영(MOT:Management Of Technology)의 중요성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많은 기업이 기술과 경영에 모두 정통한 최고기술경영자(CTO)를 영입하고 기술을 토대로 해 경영전략을 세우는 이유는 단순하다. R&D 투자를 기업의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빨라진 기술 발전속도는 제품 수명을 단축시켰고 이는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기업의 끊임없는 R&D 투자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선도적 분야의 투자에는 높은 불확실성이 동반되고 R&D에서 답을 찾지 못하면 새로운 설비투자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기술에 정통한 경영자가 필요하게 됐다.

 또 ‘개방·참여·공유’로 대변되는 웹2.0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고객 요구를 얼마나 빨리 제품화하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결정하게 됐다. 이에 따라 R&D 성공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고객의 수요를 반영하는 ‘4세대 R&D’가 대두되고 있다. 고객의 구미에 맞는 제품을 적시에 출시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R&D를 전사적으로 지원·관리할 수 있는 기술경영이 필수적이다.

 얼마 전 구본무 LG 회장이 “고객과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갖고 R&D부터 고객요구를 만족시키고 이를 생산과 마케팅으로 연결하면 수익은 결과물로 따라오게 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래 전부터 기술경영을 도입한 글로벌 기업은 각자 특성에 맞는 기술혁신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있다. 듀폰과 3M은 연구과제 발굴 시 연구자와 마케팅 전문가를 함께 참여시켜 시장 요구를 반영하고 있으며, GE는 연구원이 사업부서에서 연구과제 수행을 위한 예산을 수주하도록 해 과제 선정 단계부터 시장성 평가를 강조하고 있다. P&G의 독특한 ‘개방형 기술혁신전략’인 C&D(Connect & Development)도 기존의 내부 지향적 R&D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우리나라 기업도 과거의 추격전략에서 벗어나 선도적인 R&D로써 세계 최초의 창조적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경영으로 R&D 투자효율성을 끌어올리고 높은 불확실성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 정부도 기술경영 확산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부터 산자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대학·전문교육기관 등을 통해 ‘기술경영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본격화, 연간 160명 이상의 기술경영 능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론과 실무의 전문성을 토대로 기술기획부터 사업화에 이르는 R&D 전 과정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의 R&D 투자를 흔히 자전거에 비유하곤 한다.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고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페달을 계속 밟아야 한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R&D 투자→수익창출→R&D 재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R&D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기업이 R&D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R&D에 대한 전사적 참여와 총체적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기술중심의 경영을 통해 R&D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과거 적극적인 도전정신으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이루어냈다. 국내외 경제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예전의 기업가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으로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뛰어난 기술경영인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 전문지식과 경영에 대한 뛰어난 감각으로 무장한 기술경영인이 세계를 선도하는 제품을 내놓아 세계 속에 ‘made in KOREA’가 우뚝 설 날을 기대해 본다.

◆오영호 산업자원부 제1차관 youngho5@mocie.g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