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전성시대’다. 모든 것에 2.0을 붙이기에 바쁘다.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 인터넷 붐이 일었을 때다. 당시 오프라인은 굴뚝으로, 구닥다리로 치부됐다. 너나 없이 홈페이지 개설에 여념이 없었다. 굴뚝에 i자만 붙여도 졸지에 첨단으로 탈바꿈되는 거품 세상이었다.
10년의 터울은 있지만 광풍 현상은 지금도 매한가지다. 다만 10년 전 광풍의 주역이었던 웹1.0이 구시대의 유물로 천대받는 게 다를 뿐이다. 웹1.0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도태의 대상일 뿐이다. 1.0 혁명은 확연히 보였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물리적인 실체부터 달랐다. 웹2.0은 발상의 전환일 뿐이다. 웹1.0에 참여·공유·개방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만 더해졌다. 모르는 이는 몰라서 눈치 못 채고, 아는 이는 알아서 현혹되지 않는다. 2.0 광풍이 몰아치는 데도 쉬이 거품이 끼지 않는 이유다.
웹2.0은 누구나 참여 가능한 열린 마당이다. 2.0 세상에서는 모든 사람이 구경꾼이자 참여자다. 대중이 주체이자 객체다. 그래서 2.0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관리와 통제가 어렵다. 아니,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마당놀이에도 최소한 연기자들과 구경꾼이 따로 존재한다. 때론 구경꾼이 마당 안으로 뛰어들 수는 있지만 흥을 돋우는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2.0 마당에는 구경꾼과 연기자의 구분이 따로 없다. 흥겨운 잔치판을 만들 수도, 피로 물드는 패싸움장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마당을 아예 폐쇄하거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다. 폐쇄는 2.0 세상의 종말이다. 출입통제 역시 폐쇄나 다름없다. 열린 마당이 아닌 2.0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 2.0 세상을 좋게 만들려다 자칫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
살기 좋은 2.0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 했다. 우리의 전통 중에 향약이란 게 있다. 참여자들이 스스로 질서를 유지하는 길이다. 구경꾼조차 기꺼이 질서를 존중하고 또, 기꺼이 참여하도록 만드는 길이다. △좋은 일은 서로 권하고 △잘못은 서로 바로잡아 주며 △예속을 서로 권장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와주자.
유성호 디지털산업팀장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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