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미디어포럼]네트워크 세상의 미래

쥘 베른 소설 ‘해저 2만리’ 속의 세상은 1870년으로부터 100년 후에나 가능할 상상 속의 세계였다. 그러나 1970년이 되기도 전에 그의 상상의 대부분은 현실이 됐다. 그만큼 현실은 예측보다 먼저 우리에게 다가온다. 네트워크 세상의 100년 후를 상상하는 것 역시 어렵지만 가까운 미래는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개인과 개인 간의 의사 소통이 원활한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개인은 어떤 장소 혹은 환경에 놓이게 되더라도 미래 네트워크의 촘촘한 그물망을 벗어날 수 없다. 구체적으로는 각자의 신체 일부는 물론이고 옷이나 신발 혹은 필기구·액세서리 등도 정보 접속의 도구로 이용된다. 이런 소품들을 사용해 인간 자체가 하나의 IP 데스티네이션 역할을 수행하게 되고, 이는 편리함과 동시에 매우 복잡한 정치적·사회적 파장을 낳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다. 단말기가 위성신호를 수신함으로써 GPS 역할을 수행하지만 이런 기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는 반면에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낳기도 했다. 앞으로 모든 소품이 단말기와 같이 서로 통신을 한다면, 개인적 프라이버시나 숨기고 싶은 사소한 비밀까지도 상대방에게 노출될지 모른다. 그러나 개인 간 다중 접속이 가능함으로써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를 위해 투표소에서 줄을 서는 일은 사진 속에 추억으로 남게 된다. 정치적 결정에 국민의 의사를 묻는 일이 매우 신속정확해짐으로써 특정 권력집단이 정보와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또 개인 단말기가 통신하는 대역폭의 확장으로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게 된다.

 이런 개방형 공중망 환경이 앞으로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주목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무선 인프라, 보안,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은 미래 네트워크를 이끌어갈 핵심 요소다. 무선 인프라의 발전은 개인의 제약적인 활동 범위에서 해방시켜 준다. 이를 위해서는 네트워크 장비가 처리하는 트래픽이 현재보다 10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 또 좀 더 효율적으로 트래픽을 분산할 수 있고, 지능적으로 네트워크 망에 흐르는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는 전용 장비가 각광받을 것이다. 이런 장비는 단순히 트래픽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개인과 개인이 통신하는 과정에서 연계된 모든 통신장비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대량의 데이터가 노출되는 네트워크 환경에서 각 망의 액세스를 통제하게 될 보안 시스템도 중요하다. 이런 광의의 보안 시스템이 네트워크 세상에서 새로운 권력으로 떠오를 것이다. 다양한 해커기술로 무장하고 사회를 유지하는 네트워크에 대한 파괴를 시도하는 세력도 등장한다. 따라서 보안이 뚫릴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트래픽을 검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동적 보안 전용장비가 등장할 것이다. 이런 장비는 하나의 TCP/IP 계층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계층을 수용하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작동 과정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애플리케이션의 다양화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한다. 모든 네트워크 디바이스는 매우 유연한 아키텍처를 상시적으로 유지해야 하며, 애플리케이션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할 경우 빠른 속도로 경쟁의 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애플리케이션은 2차원의 한계를 넘어 촉각과 냄새 등 인간의 오감을 이용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빠른 속도로 정보를 취사 선택하고 집중하는 능력은 미래의 빈부를 결정할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미래에는 떠도는 모든 정보의 파괴적인 홍수 속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각 개인은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분류할 방법을 강구해 나가겠지만 결과적으로 정보량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기술 환경 변화는 어떤 산업의 퇴조와 신흥 서비스업의 부상을 예고한다. 앞으로 다가올 네트워크가 사회적 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더라도 인간의 노력으로 개발된 네트워크인만큼 예측 가능한 부정적 예견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개인적 풍요와 사회적 발전, 나아가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는 근원이 되길 희망해 본다.

◆김도건 라드웨어코리아 사장 kevink@radw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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