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스포츠 경기에서 한국이 중국을 이기면 ‘만리장성을 넘었다’고 표현한다. 즉 ‘만리장성=중국’이라는 얘기다. 중국인들은 “달에서 유일하게 육안으로 보이는 지구상의 인공 건축물은 만리장성뿐”이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만리장성은 베이징서 약 70㎞ 거리에 있어 중국을 방문한 사람들은 반드시 들르는 필수 코스다. 또 창청(長城)이라 줄여 부르는 만리장성은 1987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바 있고 현재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인터넷 투표로 뽑는 세계 7대 불가사의’ 후보군에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로마의 콜로세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뉴욕 자유의 여신상, 파리의 에펠탑, 페루의 마추픽추, 요르단 페트라와 함께 올라 있다.
만리장성의 기원은 춘추시대 제나라에서 시작돼 전국시대에는 연·조·위·초 등 여러 나라가 장성을 축조하면서다. 그 후 진의 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한 후 북방의 흉노족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성을 증·개축해 보하이만(渤海灣)에서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장성을 구축함으로써 완성됐다. 지도상의 총연장은 2700㎞이나 실제 길이는 약 6400㎞에 달한다. 일설에 의하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만리장성을 축조하는 데 900만명이 희생됐다고 한다. 이는 당시 진나라 인구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수다. 일찍이 마오쩌둥은 만리장성에 가 보고 ‘창청을 오르지 않고서는 사내대장부라고 할 수 없다(不倒長城非好漢)’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최고 과학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의 한 연구팀이 “우주에서 육안으로 만리장성을 볼 수는 없고, 일정한 공간분해능을 가진 위성의 원격탐지 기능에 의해서만 만리장성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연간 관광객이 중국인을 포함해 약 1억명이라는 만리장성. 지난 2003년 중국 최초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의 우주비행사 양리웨이 중령이 지구 귀환 후 “우주비행 중 만리장성을 보았냐”는 CCTV 기자의 질문에 “볼 수 없었다”고 답해 13억 중국인을 실망시킨 이후 이번 중국과학원의 연구결과는 또 한번 만리장성의 자부심으로 가득찬 이들에게 대못을 박은 것은 아닐까.
홍승모 글로벌팀장 sm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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