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김병규 아모텍 사장(2)

Photo Image
러시아 방문시 우리는 원했던 아몰퍼스 기술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필자.

 1994년, 나는 드디어 아모텍을 설립했다. 오랜 기다림 끝의 시작이었으므로 비록 가진 것은 없었지만 가슴 뿌듯한 출발이었다. 대학·석사·박사시절, 그리고 연구소에서 함께 한 동기와 후배들이 창립멤버가 되어 전폭적인 지지를 해 주었다.

 그러나 열정만으로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우리가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일찍이 대학시절 전공분야인 신소재 아몰퍼스를 갖고 사업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지 않았던가.

 아몰퍼스(Amorphous)란 ‘비정질 연자성 합금’으로 형태는 고체지만 내부 분자구조는 액체상태를 유지하는 소재로 전기적, 자기적 특성이 매우 뛰어나 여러 분야에 부품으로 응용된다. 아몰퍼스는 당시 꿈의 신소재로 일컬어지며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오랜 기간 많은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 내는 분야였다. 독일 지멘스 계열인 배큠슈메르츠와 미국 하니웰, 일본 도시바가 이 사업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때문에 당시 내 주위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만류했고, 심지어는 내가 사업에 성공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비웃었다는 후일담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많은 정부 정책과제를 수행하며 기초기술을 축적했다. 하지만 기술이라는 것이 제품화되고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종합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제품이 개발되고, 생산이 용이해야 하며 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당시 우리는 아몰퍼스라는 신소재 공법을 이용해 코어류를 만들어 사업화하려 했으나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만큼의 제품의 특성, 생산성에 대하여는 사실 확신할 수 없는 단계였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러시아(당시 소비에트연방공화국)를 방문하게 됐다. 한·러 과학기술협력회의가 러시아에서 열려 중소기업 대표로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비록 국교수립이 이루어진 이후였지만 기존 관념으로는 러시아 방문에서 무엇을 배워야 한다기보다는 무사히 방문을 마치고 살아 돌아오는 게 우선인 것이 그 당시 심정이었다.

 나는 러시아땅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상당한 긴장감과 일말의 비장함이 감도는 가운데 러시아의 여러 과학기술분야와 산업분야를 시찰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러시아는 군수산업을 기반으로 기초과학분야가 발달한 나라였다. 우연히 아몰퍼스를 연구하는 연구소를 방문하게 됐다. 저 먼 생면부지 이방인의 나라에서 발견한 아폴퍼스 연구소를 방문하게 되다니…. 순간, 그간의 먹구름 사이로 서광이 비치며 ‘바로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순조롭게 일정이 끝나고, 이번에는 러시아 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사람의 진심은 서로 통한다고 했던가. 최선을 다해 그들을 접대한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그들과의 두 번 뿐인 만남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그들은 나에게 아몰퍼스를 생산하는 한 회사를 소개시켜 주었고 이후 나는 다시 러시아에 가서 그 회사를 방문, 그 동안 우리가 필요로 했던 아몰퍼스 생산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여러 차례의 방문을 통해 급기야 우리는 그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게 됐고, 그들의 생산기술과 우리 자동화 기술을 결합해 아몰퍼스 사업을 본궤도로 올리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후 아모텍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아모스(AMOS)’라는 브랜드로 아시아 유럽 미주에서 다양한 종류의 아몰퍼스 코어 제품을 갖고 다국적 기업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너희가 찾을 것이요,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라(마태 7:7)’.

 pkkim@amotech.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