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지리학자 다비는 ‘역사가 없는 지리는 생명이 없는 해골과 같고, 지리가 없는 역사는 정처를 두지 않는 부랑자와 같다’고 했다. 과거에는 시간을 다루는 역사학과 공간을 다루는 지리학이 분리돼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정보과학이 발달해 지구공간의 시공성을 동시에 다루는 분야로 공간정보학(Spatial Information Science)이 새로이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날로그식 국토지도가 완성된 것이 136년 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라면 디지털화의 기본이 될 수 있는 지형도의 등장은 90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불구하고 곳곳에서 유비쿼터스 개념에 의한 최첨단 신도시인 u시티가 추진되고 있어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VC-10과제’와 지능형 국토정보기술혁신사업, u에코 시티 구축사업, 국토정보통합사업, 3차 국가GIS사업 등이다. 국토공간 정보화를 위해 5∼6년간 2조원이 넘는 국가 예산이 투입된 예는 유사 이래 처음이다. 분명히 공간정보산업의 빅뱅인 것이다. 이는 공간정보 분야를 다루는 측지측량 분야의 기반시스템과 전산정보 분야의 운용 및 관리시스템 그리고 도시·토목·건축 분야의 응용시스템으로 대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장밋빛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인력이라는 두 핵심요소가 충족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대형 국책사업을 수행할 허리 부분인 중견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1995년부터 국가GIS사업의 기반이 조성된 이래 많은 GIS 인력이 배출됐지만 실은 DB 구축 인력 중심의 단순 기능 인력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IT로 전환된 GIS 인력의 재교육으로 IT와 공간정보를 융·복합시킬 수 있는 핵심리더로 양성해야 한다. 또 이직을 했거나 전직한 GIS경험집단을 재구성, 유비쿼터스 모니터링 운용자를 양성하고 새로이 배출되는 공간정보 분야 석박사 과정 대상자를 고급전문가로 양성하는 과정을 개발해야 한다. ‘一年之計於春’이라는 말이 있듯, 빅뱅 정책이 시작되는 초기부터 국가의 100년 대계를 그릴 수 있는 민간 고급인력 양성정책이 선결돼야만 진정한 공간정보산업 발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GIS 기반 u시티는 IT와 GIS의 유기적인 시공간 정보체계를 컨버전스 기술로 첨단화, 시민의 편익을 증진하는 미래지향적인 공간정보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비쿼터스 국토건설에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지역성이나 공간적인 상관관계에 따르는 도시의 경제적인 미래상에 관계없이, 첨단기능만을 부여한 경쟁적이고 근시안적인 추진은 미래지향적인 측면에서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GIS 기반 u시티 사업은 우리의 하나뿐인 금수강산을 승화시키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행정·치안·재난·문화·환경·교통 등 핵심요소를 첨단 정보화 시대에 부응할 수 있게 재편하고 시민 생활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행복도시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선진국토의 신개념 건설 측면에서 국내 GIS 콘텐츠 기술을 한 차원 높이기 위해서는 gCALS, gSCADA, iGIS, gDW, gKMS, gSCM, uGIS, gStat, gFMS, gCivic, gDBMS, g텔레매틱스, g유비쿼터스 등이 응용돼야 한다. 이러한 기술체의 연계개념이 GIS의 융·복합(g컨버전스)에 힘입어 민간에서 공간정보산업으로 구현될 때 국가 어젠다인 ‘u코리아’에 부응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뿐만 아니라 국익에도 기여할 것이다.
지난 세기가 GIS의 기반 조성 기간이었다면 21세기는 인텔리전트 GIS(iGIS) 기법을 토대로 새로운 개념을 창출해야 하는 시기다. 공간정보산업은 인간이 머무는 토지공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구사하는 기반산업이므로 국토정보 구축과정에서 ‘지리가 없는, 정처를 두지 않는 부랑자 같은 역사’가 되지 않도록 공간정보화 분야 빅뱅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설정이 필요하다.
◆오종우 한국GIS산업협회 상근부회장·남서울대 겸임교수 ohgis@gis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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