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김병규 아모텍 사장(1)

(1)창업의 꿈을 키우며

 결단의 순간이라는 말은 가볍지 않은 무게로 느껴진다. 현재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결단이란 말은 보통 대기업 총수가, 혹은 어떠 역사적 사건을 앞두고 ‘고뇌에 찬 결단’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소위 결단의 의미를 내가 말하는 것은 조금은 거창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단어 그대로 결단이란 행위가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중에 크던, 작던 또는 어떤 사람이든, 어떤 상황에서든 발생하기 마련이고 아모텍의 진로에 영향을 미쳤던 것도 사실이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고교시절부터 기업을 창업해 경영해 보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꿈을 마음속에 품고 항상 그 생각에 골똘히 몰입하곤 했다. 세월이 지나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에 진학을 했고, 여전히 미래의 CEO를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으로 사업을 할 것인가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전공 분야를 바탕으로 사업을 구상해 보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포스코와 삼미특수강 같은 기업을 목표로 하기엔 현실적으로 너무 괴리가 있었으므로, 제일 잘 알고 제일 잘 할 수 있는 신소재 재료 사업으로 가닥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기업 경영자에게 중요한 필수조건이 조직관리 능력이라면, 내게 있어 대학시절 여러 과외활동은 그 자질을 키우는 좋은 시험무대였다. 공부도 공부였지만 동아리 대표, 과 대표를 하며 작은 조직들을 경영했다. 많은 모임과 행사을 주최하고, 발로 뛰어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고,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선후배들과 술자리를 하며 선후배들을 독려하곤 했던 이 열정적인 순간들은 훗날 리더십의 바탕을 이룰 수 있게 해 줬다. 기업은 인재라는 중요한 진실도 깨닫게 됐다. 가장 어려운 공부인 ‘사람 공부’를 한 것이다.

 1985년 박사학위를 마치고 인척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유유라는 전자부품회사의 연구소에 입사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대 박사가 중소기업을 선택한 것에 의아해했지만 나는 용 꼬리보다는 뱀 머리가 되고 싶었다. 물론 대기업에 갈 수 도 있었지만 제한된 업무에 제한된 영역보다는 중소기업에 입사해 폭넓게 경험하는 것이 후일 회사를 경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여겼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판단이었다.

 유유 재직시절 나는 기업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당시는 노태우 정권 시기로 노사분규가 극심하던 때라, 갈등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이 시기를 거치며 조직과 사람관계의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다 또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80년대 중반에는 중소기업에 박사학위 연구원이 흔치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나는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전자부품연구원의 전기, 전자 부문 정책과제 심사평가위원으로 위촉될 수 있었다. 다양한 산업 또는 과학기술 정책과제를 접하며 앞으로 미래에 어떤 분야가 유망할지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이것은 후에 아모텍이 설립되고 다수의 정부 정책과제를 수행하며 기초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던 중요한 바탕이 되었으며, 어렴풋이나마 아모텍의 미래산업의 방향과 기술 로드맵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어려움과 기회들로 충만했던 나의 30대는, ‘만일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바라며 참음으로 기다릴지니라(로마 8:25)’의 성경말씀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꿈을 버리지 않고 의연히 내 갈 길을 걸어가는 준비의 기간이었다. 나는 그렇게 유유에서 10년간 재직하며, 사람관리의 어려움, 기술의 축적, 세일즈와 마케팅의 중요성 등 사업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다양하고도 필수불가결한 요소들과 예측불가능한 순간들, 그리고, 그 결정적인 순간에 내려지는 판단의 중요함을 체득하면서 창업의 때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pkkim@amote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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