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과 차 한잔]고병순 강원랜드 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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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지노를 IT텃밭으로 가꾸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 최근에는 골프장·스키장·테마파크 등 종합 레저·엔터테인먼트 업체로 거듭난 이 업체의 진면목은 또 다른 데 있다. 바로 IT투자를 통한 유비쿼터스 경영환경 구축이다. 언뜻 카지노와 IT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강원랜드는 발빠른 IT접목으로 첨단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 전사지식포털 하이누리를 오픈하는가 하면 올해 안으로 카지노 시스템과 연동되는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카지노 업체의 ERP 구축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끌고 있는 주역은 재무담당임원(CFO)인 고병순 상무(53). 정보담당임원(CIO)까지 겸해 1인 2역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고상무는 지난해 6월 강원랜드에 합류하기전까지 통신분야에 몸담았던 ‘통신인’이다. 94년 신세기통신 기획실장을 시작으로 지난해 팬택 경영관리실장에 이르기까지 무려 13년의 세월을 통신밥을 먹으며 보냈다.

 “74년 고등학교 시절 체신부 기술직에 응모해 대학 2학년때가지 4년간 근무한적이 있습니다. 그때 기본적인 통신기술을 배웠고, 물리나 전자공학에 대한 이해도 하게되었죠. 그래서 제가 통신인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인정해줍니다.(웃음) 그때 3만회선짜리 교환기가 얼마나 컸는지 사무실 수십개를 합친 공간이 필요했어요. 지금은 30만회선 교환기도 아주 슬림하게 나오더군요.”

 연세대 경영학과, 서울대 경영학 석사에다 공인회계사 자격증까지 갖춘 고상무가 CFO 뿐만아니라 CIO를 겸하고 있는 이유를 알겠다. 강원랜드를 IT텃밭으로 가꾸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가는 순간이다. 하지만 고상무의 길은 그리 순탄한 편은 아니다. 오히려 회사가 두번이나 M&A되면서 많은 굴곡을 거쳤다. 포항공대에서 자회사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다가 신세기통신의 탄생에 산파역할을 한 고상무는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한번의 큰 변화를 겪었다. SK텔레콤에서 투자관리팀과 프로농구단장을 맡았으나 2002년 자리를 옮긴 SK텔레텍이 다시 팬택으로 인수되면서 두번째 변화를 체험하게 된다.

 팬택의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다시 공인회계사를 하며 ‘세컨드라이프’를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지난해 6월. 재무전문가를 찾던 강원랜드 조기송사장의 눈에 고상무가 들어왔고 이렇게 인연을 맺게 됐다. 어쩌면 고상무의 다양한 인생경험은 CPA로 편하게 사는 것보다 도전하고 모험하는 걸 좋아하는 본인 스타일 때문일지도 모른다.

 “강원랜드의 카지노시스템은 경쟁력이 있습니다. 해외로 나갈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고요. 카지노와 연동된 ERP를 구축하는 것은 세계에서는 처음입니다.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를 통해 강원랜드를 첨단 카지노·레저업체로 부각시키는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고상무는 같이 일했던 후배 직원들로부터 칼같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한번 신뢰가 쌓이면 과장이든, 대리든 무한 권한을 준다. 실패의 책임은 물론 고상무가 진다. 그래서 지금도 믿고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일을 모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고상무의 이런 스타일이 강원랜드와 그의 인생에 어떤 또다른 변화를 몰고올지 자못 궁금해진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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