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3G 재판매, 주사위는 던져졌다

 통신 사업자간 격렬하게 대립한 KT그룹의 3G 재판매가 시행쪽으로 확정됨에 따라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제까지 KT의 시장진입을 둘러싼 논리와 명분의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자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 2000만 가입자라는 든든한 가입자 기반을 가진 맹주 SK텔레콤과 ‘합체’로 3G시장에서 힘이 더욱 강력해진 KT·KTF 진영간 양보할 수 없는 혈투가 벌어질 전망이다. 재판매 사업권 취소 요구나 KT의 점유율 자율규제 등의 사안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재판매 이슈는 올해 내내 통신시장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 KT그룹의 완승=KT그룹은 이번 3G 재판매 사안에서 완승을 거뒀다. 지난해 쓴잔의 기억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KT그룹은 23일 오후 ‘KTF의 별정사업자 연동이용 약관’을 정통부에 제출했다. 신고를 접수한 정통부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행정지도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KT 재판매를 불허했음을 감안할 때 KT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정통부는 올초 3G 시장 활성화 등을 위해 허용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SK텔레콤·LG텔레콤의 반발이 거세자 고심을 거듭해왔었다. 정통부 관계자는 “사후규제 이외에 별정사업자에 대해 사전에 규제를 할 수 있는 어떤 수단도 없다”고 말했다. 경쟁사들이 차선책으로 기대해온 조건부 허용 등도 이뤄지지 않았다. KT의 3G시장 진입을 완전 풀어준 셈이다.

KT와 KTF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며 환영했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자사의 주장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짙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 3G시장 양강구도? 3파전?=KT의 가세에 따라 3G 시장은 시작부터 치열한 격전장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KTF의 HSDPA 1위 목표는 더욱 큰 힘을 얻게 됐다. 자신감을 얻은 KT그룹은 3월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태세다. SK텔레콤의 SBSM 단말기 출시 이전 2개월 남짓 동안 초기 시장 선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영상통화 요금을 절반이하로 내리는 파격적인 요금제나 단말기 등 준비도 끝냈다.

SK텔레콤의 반격도 만만찮다. 최근 광고전, 해외 전시회 등 각종 사안에서 맞불작전을 펴온 SK텔레콤은 앞으로 더욱 반격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출혈 마케팅을 지양하고 서비스 경쟁을 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이렇다면 우리도 공격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KT그룹과 SK텔레콤간 수위 경쟁도 치열하겠지만 SK텔레콤·KTF·KT 3사간 3G 점유율 경쟁도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 끝나지 않은 싸움=재판매가 허용됐지만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이번 사안은 수긍할지라도 불공정경쟁 같은 시장 이슈에 대해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LG텔레콤이 23일 KT 재판매 사업권을 취소하거나 적어도 자회사를 분리하라는 내용으로 KT를 통신위에 제소했다. SK텔레콤도 26일 비슷한 내용으로 통신위에 제소할 방침이다.

남중수 사장이 지난 2005년 9월 내걸었던 시장 점유율 동결 선언(당시 6.2%)이 새삼 도마위에 올랐다. 정통부는 내심 KT 스스로 3G에도 이런 모양새를 보여줄 것을 바란다. 그러나 KT는 점유율 동결이 3G에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못박았다. 상황 변화에 따라 스스로 기준선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당장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KT가 자율규제를 할 것인지, 한다면 어느 선까지인지를 놓고 양측이 장외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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