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핵폐기를 위한 실질적인 이행조치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베이징에서 들려왔다.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제5차 3단계 6자회담에서 북한이 궁극적인 핵 포기를 목적으로 영변 핵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그 대가로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에 대한 경제·에너지·인도적 지원에 합의한 것이다. 이번 합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첫 발걸음으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라는 6자회담 합의문으로 문서화됐다. 합의의 내용은 그간의 북핵문제가 교착상황을 벗어나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남북관계와 6자회담 참가국들의 양자관계에 획기적 진전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핵을 ‘폐쇄(shut down)’하고 ‘봉인(seal)’한다는 것과,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disablement)에 대한 문구가 적시됐고, 초기단계의 긴급 에너지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도 문서화됐다. 즉, 9·19 공동성명 채택 이후 17개월 만에 북핵 폐기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이행합의(implementation agreement)에 대한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6자회담 제5차 3단계 회담의 합의문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영변 원자로 핵 관련 시설에 대해 폐기를 위한 초기단계(폐쇄 및 봉인)를 이행하는 것을 북한이 수용하는 대신 나머지 5개국은 중유 100만톤을 보상 대가로 주기로 한 것으로 행동 원칙을 세웠다는 것이다.
또 이번 합의내용과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5개 워킹그룹을 구성하는 내용이 합의문서에 포함됐는데 워킹그룹은 △비핵화(핵 폐기) △에너지·경제지원 △동북아 안보협력 △북·미관계 정상화 △북·일 관계 정상화 5개로 구성돼 있다.
이번 6자회담의 합의는 그동안 북한 핵실험으로 지지부진했던 남북교류 협력, 특히 남북경협이 급물살을 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7월과 10월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남북경협에 관심을 가져왔던 경제인에게는 더더욱 희망찬 소식이 될 수 있다. 특히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사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로 극적인 합의문 타결 이후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2005년 30만명까지 육박했던 금강산 관광은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인해 24만명까지 감소했지만 올해는 이번 6자회담 타결로 관광객 4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개성공단도 작년 북한 핵실험으로 추가 분양이 연기됐지만 조만간 분양이 시작된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남북경협의 발전 기대감이 실질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6자회담 바로 다음날인 14일 국내 주식시장이 6자회담 타결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연중 최고가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어 남북 장관급 회담의 실무대표 접촉이 열렸고, 27일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릴 예정이라는 발표도 이어졌다. 곧 쌀과 비료의 대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도 재개될 가능성도 커졌다.
경제인들을 비롯한 우리 국민 모두는 이번에 찾아온 쉽지 않은 호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여러 사회단체가 긴밀히 협력해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위한 노력에 매진해야 한다.
다만, 국가나 기업은 당장의 북핵 위기가 해소되고 남북교류협력의 청신호를 켰다는 긍정적 상황에만 일희일비하면 안 될 것이다. 현재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과 남북교류협력시대에 대한 확고한 신념 그리고 치밀한 생존과 번영전략을 올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국가적으로나 기업차원에서 남북교류협력을 지지하는 모든 사람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성 의원(열린우리당) choisung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