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기본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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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처음 의도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엇나갈 때 인용하는 구절이 있다. 바로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나라든 기본이 제대로 섰을 때 제구실을 할 수 있다. 시련이 닥쳤을 때에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된다.

 2002년 월드컵 감독이었던 히딩크는 한국 축구대표팀을 기술보다는 ‘체력과 정신력’이 부족한 팀으로 평가했다. 그것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불굴의 정신력은 있으나 기술이 부족하다는 당시 국내 축구전문가들의 평가와는 상반된 것이었다.

 히딩크의 대표팀 평가는 기본에 충실한 평가였다. 다시 말해 승리를 위한 냉철한 평가였다. 히딩크는 한국선수가 유럽이나 남미선수에 비해 기술이 우수하거나 대등하다고 생각지 않았다.

 선수 수준은 A·B·C 등급 중에 최하위인 C급으로 평가했다. 히딩크는 C급 선수가 A급 선수나 B급 선수를 상대로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체력의 우위였다. ‘5 대 0 감독’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혹독한 파워 프로그램으로 체력 강화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렇게 단련된 선수들의 강한 체력은 한 수 위인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강호를 꺾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고, 그 결과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일궈냈다. 축구에서 강인한 체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가르쳐준 결과였다.

 최근 몇 년 동안 극심한 내수침체 등으로 경제상황이 어려워지자 많은 기업이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외치고 있다. 기업의 모토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 핵심 내용은 품질과 서비스 향상이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양질의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이 고객을 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다. 바꾸어 말하면 고객의 시각에서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밀레가 107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온 것도 가장 기본인 ‘품질경영’에 그 원동력이 있다.

 ‘가전제품은 우수한 성능에 편리하고 고장 없이 오래도록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밀레의 정신이다. 밀레의 이러한 정신은 한번 구입하면 최소 20년 이상 사용하는 명품가전을 가능케 했다.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디자인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밀레의 800명에 이르는 디자인 인력은 제품 외관의 멋을 추구하기보다는 ‘기능성을 살리는’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다. 옷감 보호를 위한 세탁기 드럼의 표면 디자인이나, 청소기 모터의 흡입력은 높이면서도 소음은 줄이는 모터의 디자인 등 기능성을 살린 디자인은 수없이 많다.

 흔히들 디자인은 외관을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라고만 생각한다. 그것은 보이는 디자인만을 중요시한 편협한 생각이다. 디자인은 외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제품이 최고의 기능 즉, 성능과 내구성, 편의성 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다.

 겉만 화려하고 속내는 보잘것 없는 제품은 우선 보기에 좋을지언정 오래지 않아 소비자에게서 외면당하고 만다. 또 성능은 우수하되 내구성이 약한 제품을 팔 때는 소비자의 눈과 귀를 속일 수 있을지라도 사용하는 동안 내내 소비자로 하여금 불만을 자아내게 한다.

 무한경쟁 시대다. 공룡 같은 글로벌 기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중국의 기술이 하루가 멀다하고 턱밑으로 치달아오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쉬이 마르지 않는다고 했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최고 품질만이 살아남는다. 순간의 판매고보다는 세대를 이어 명품으로 인정받는 세계 1등 제품에 목마른 이유다.

◆안규문 밀레코리아 사장 kyu-moon.ahn@mie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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