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RSA콘퍼런스가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시작됐다.
전 세계 IT기업이 너나 할 것 없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세계 최대 정보보호 콘퍼런스답게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마이크로소프트·IBM·오라클·HP를 비롯한 300여 기업이 최신 정보보호 기술을 전시했다.
정보보호 분야 최대 행사인데 우리가 늘 알아온 전문 정보보호 솔루션 기업보다는 PC와 반도체·데이터베이스·SW를 개발하는 기업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전문 보안 기업인 RSA시큐리티나 소포스·시큐어컴퓨팅 등은 거대 IT기업의 뒷전에 밀려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전 세계 거대 IT기업이 정보보호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비스타 개발의 최우선에 보안을 생각했고 사이바리소프트웨어와 프런트브리지테크놀로지 등 정보보호 업체를 인수해 정보보호 시장에 뛰어들었다.
IBM도 인터넷시큐리티시스템(ISS)을 인수하고 보안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등을 내세우고 있다. EMC도 마찬가지. EMC는 지난해 RSA시큐리티를 인수한 데 이어 6일 데이터보호 전문기업인 밸리드소프트웨어까지 사들였다. 시스코시스템스도 6일 아이언포트를 인수해 이메일 보안을 강화하는 등 이들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에 정보보호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정보보호 시장이 거대 IT기업들의 대통합 시장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RSA에 참여한 보안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건의 M&A가 더 성사될 가능성이 있으며 대기업 M&A 시장에 편입되지 않은 기업들은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한다. 2∼3년 사이 전 세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정보보호 기업은 이 거대한 통합의 물결에 동참했다.
전 세계 보안 벤처기업 절반이 한국에 있다. 하지만 100개가 넘는 국내 보안 벤처기업 가운데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한 곳은 어디인가. 전 세계 1%도 안 되는 시장을 두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싸우고 있는 동안 보안 시장은 지능적이고 강력한 솔루션으로 무장한 거대 적들과 맞서야 하는 혹독한 전쟁터로 변했다. 누구도 M&A 리스트에 올려놓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샌프란시스코(미국)=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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