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기부터 높여라

 요즘 디스플레이업계 직원들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다. LCD와 PDP, 패널과 부품 등 업종과 업체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뒤 이뤄지고 있는 ‘혁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조직 개혁 방안으로 한 달 새 세 번이나 팀을 바꾼 사람이 생기는가 하면 사방팔방에서 들려오는 혁신 목소리에 벌써부터 ‘혁신 피로도’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 다른 업계의 성과급 지급 소식은 자신의 처지와 대비돼 더욱 씁쓸하다고 하소연한다. 많게는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업체도 있는 마당에 이들의 시련은 어쩌면 당연하다. 가뜩이나 판가하락, 공급과잉으로 시장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의 강도를 더해갈 수밖에 없다. 직원들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데 대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문제는 새로운 출정을 앞둔 이들의 사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없다”고 토로한다. 올해 목표대로 ‘턴 어라운드’에 성공할지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언론 등 외부의 우려도 우려지만 혁신의 근거로 내부적으로 위기감을 너무 확대 재생산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의 침체는 겨우 1년 남짓한 기간에 불과하다. 2004년만 해도 국내 LCD업체들은 모두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PDP업계도 2005년까지 매년 배 이상 성장했다. 지금까지 성과는 온데 간데 없고, 최근의 초라한 성적만 부각해 조바심을 내는 분위기는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최근 건강을 주제로 한 TV 오락물에서 소개돼 유명해진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위약 효과)’라는 의학용어가 있다. 두통을 앓는 사람에게 식염수를 두통약이라고 속여 투여해도 많은 사람이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사람의 심리와 마음가짐이 어떤 문제 해결에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원래 난세에는 제자백가라고 지장이 많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패전병의 사기를 북돋워줄 용장이나 덕장이 더 필요한 거 아닌가요.” LCD산업의 전성기를 경험했다는 6년차 한 대리의 푸념이 아직도 생생하다.

장지영기자·디지털산업팀@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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