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부품소재, 산업정책의 주연으로

Photo Image

지금 세계적인 산업경쟁력의 패러다임이 완제품에서 부품소재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부품분야는 개별 부품에서 모듈단위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기술선점 효과가 큰 소재 분야는 거대 소수기업이 특허와 표준을 앞세워 독과점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업들은 M&A, 전략적 제휴 등으로 규모의 경제효과를 창출해 세계 1위를 선점하려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완제품 기업이 진입장벽의 약화에 따른 과도한 경쟁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비교해 대형 부품소재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전자 업계를 놓고 보자면 부의 흐름이 80년대 PC에서 90년대 반도체, 2000년도 들어 부품소재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부품소재 분야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고 있으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부품소재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참여정부 들어 우리 부품·소재산업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참여정부 출범 전 2002년에 비해 지난해 부품소재 수출은 1475억달러로 2.2배에 이르고, 무역수지는 무려 11배가 넘는 330억달러로 확대됐다. 이제 부품소재 산업이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먹거리(캐시 카우)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부품소재 정책은 1987년 시작된 기계류 부품소재 국산화 대책으로 벌써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보호중심의 국산화 시책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보호중심의 국산화 시책은 일부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완제품의 경쟁력 약화, 제조 기반 인프라 구축에도 문제점을 나타냈고 부품소재 업체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01년부터 부품·소재특별법 제정, 부품소재산업발전기본계획(MCT-2010) 수립 등 본격적인 정책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러한 정책적 노력과 기업의 기술혁신노력에 힘입어 가시적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부품소재정책은 현재 우리경제와 산업의 당면과제인 성장동력 확충,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일자리 창출의 핵심적 해결 열쇠다. 부품소재정책이 과거 제조업 경쟁력 정책 또는 산업정책의 일부가 아니라 각종 현안해결의 중심축이라는 시각 정립이 필요하다.

 미래형 자동차,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은 핵심 부품과 소재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며 특히, 부품의 경쟁력과 부가가치의 원천이 되는 소재는 우리의 새로운 도전이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문제도 기술력과 자생력을 갖춘 부품·소재기업이 다수 등장하게 되면 수요 대기업과 대등한 입장에 설 수 있게 돼 건전한 산업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부품·소재 기업은 90% 이상이 중소기업이고 산업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부품소재 산업의 고용유발 효과가 전 산업 평균의 2.8배라는 서울대 분석결과에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제 우리 부품소재 산업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 그동안의 ‘선진국 따라잡기’식이 아닌 세계시장 겨냥을 위한 더욱 공세적인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핵심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규모와 기술력을 갖춘 중핵기업을 다수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60년에 한 번 돌아온다는 붉은 돼지해(丁亥年)에 우리나라도 드디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진입한다는 전망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뒤를 받쳐주는 개성 있는 조연처럼 우리 부품소재 산업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면 과언일까.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라는 새로운 드라마에서는 우리 부품소재 산업이 주연배우로 우뚝 서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김영학 산업자원부 기간제조산업본부장 kyhak@mocie.g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