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게임시장의 `괴물`을 기다리며

 연초 게임업계를 둘러싼 기운이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신년회를 어느 호텔을 빌려 했다느니 전년도 성과급으로 얼마를 받았다느니 하는 소리는 딴나라 얘기처럼 파묻혀 버렸다. 대신 그 자리에 어느 회사는 몇 명을 구조조정한다거나 돈을 벌 때까지 무조건 허리띠를 조르자는 ‘긴축’ 구령만이 요란하다.

 흔히 게임사업의 경기 곡선을 3년 주기, 혹은 4년 주기로 풀이한다. 1년 6개월∼2년간 개발해서 서비스를 위해 터를 닦는 1∼2년을 합쳐 3∼4년은 힘겹게 지내다가 상용화 이후 3년가량은 돈을 벌어 투자도 하고 여유롭게 지낸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흐름대로라면 국내 게임 시장은 벌써 상승곡선으로 돌아섰어야 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난 2005년 이후 곡선 끝마디가 계속 아래쪽으로만 향하고 있다.

 물론 언제나 ‘잘나가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우열은 있었고 지금도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요즘은 시장 전체가 동면처럼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업계 내부 사람들이 오히려 “뭔가 사건이라도 하나 터져줬으면…” 하는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을 정도다.

 아직도 지난해 게임업계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곳곳에 ‘바다이야기’가 만들어 놓은 생채기가 남아 있는데도 ‘사건’ 얘기를 꺼낼 정도니 오죽할까 싶다.

 게임업계에 고질병처럼 어려움을 부채질하는 관행이 있다. ‘네가 하면 나도 한다, 아니 내가 해야 더 잘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색깔과 특징은 사라지고 아이디어가 아니라 관행과 트렌드가 지배하는 시장이 형성된다.

 결국 몸집 작은 업체부터 쓰러지기 시작해 업계 전체가 휘청거리는 지경에 이르고 만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 질시와 냉대까지 더해지니 솔직히 기운을 편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떤 어려운 문제에도 해법은 있게 마련이고, 어떤 난관에도 돌파구는 존재한다.

 우선은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업계와 시장 내부에서 분위기 전체를 뒤바꿀 흥행작의 탄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따라잡기가 아닌 다른 제2, 제3의 흥행작이 이어져야 한다. 그러면서 생각과 조직도 바뀌는 것이다. 영화 ‘괴물’ 같은 것이 하루빨리 게임시장에도 나와야 한다.

이진호기자·콘텐츠팀@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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